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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어른으로 산다는 것






하루를 보내면서 우리는 참 많은 거짓을 접하고 또 말한다. 

거짓을 말할 필요가 없는 일에 대해서도 거짓을 말하고 또 진실을 비난한다.

나는 꽤나 솔직한 성격이라 거짓을 말함에 익숙치 않다. 

그리고 내 기준에 대수롭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별 생각없이 얘기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일들이 내 기준에는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그렇기에 때론 나의 한 마디가 끝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왜 그런걸 말하니 ? 라고 묻곤 하는데, 

나는 도무지 왜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어 당황하고야 만다.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신 분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세명이서 시작된 작은 모임은 조금 커져 예전 모든 팀원이 함께 모이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간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다른 회사 동료에게 뭐하고 있냐는 연락이 왔다. 

나는 이러쿵 저러쿵 모두 모여 있다고 얘기를 했고,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도 연락이 와서 같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나는 또 왜 그런걸 말하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근데 왜 말하지 말아야 하는데요 ?"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대여섯명중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자는 없었다. 



사실 어제 그 일에 대해서는 아직도 나는 왜 숨겨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일은 너무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실을 말하면 비난을 받는다. 왜 진실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른채 입을 닫는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모든 진실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야 만다.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다. 늘 진실을 말하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그렇다는 것이 소름끼친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진실을 말하는 법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다. 




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우리는 진실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교육받아 온 것 같다. 

밤새 시험공부를 한 다음날, 공부를 많이 했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쉽게 "아니 공부하나도 못했어. 잠들었어." 라고 말하고 만다. 

똑같은 결과를 놓고 봤을때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전제와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전제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전자이면 우리는 머리가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고, 후자이면 우리는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인지되게 된다. 

늘 경쟁하고 이겨야한다는 교육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노력을 숨기고 우월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법을 터득하게 되면서 

나의 노력을 숨기게 되는 것이다. 


친구 사이에서도, 연인 사이에서도 거짓말은 넘쳐난다. 믿고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사실은 수도 없이 속이고 기만하고 있다. 

약속이 있는 날 아침, 약속에 나가기 싫어 늦잠을 잤고 집에 일이있다는 거짓을 말하기 일수고, 다른 친구들과 놀기 위해 연인에게 야근을 하게 되거나 갑작스런 미팅이 생겼다고 핑계대기도 한다. 결코 사람들은 진실을 쉬이 말하지 않는다. 


직장생활도 다르지 않다. 이 일을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것이 알려지면 무능력해 보일 것 같아서 밤샘작업을 속이고, 

금방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내가 더 많이 노력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천천히 일을 하기도 한다. 

나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그리고 나의 뒤떨어짐을 숨기기 위해 우리는 너무도 많은 거짓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때론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또한 지나치면 신뢰를 잃게 될 수 밖에 없다. 가령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나는 기쁘고 행복하겠지만 어느순간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야 만다. 그 다음부터 과연 나는 그 사람으로 인해 기쁠 수 있을 것인가 ? 신뢰를 잃어버린 그사람을 의심하게 되면서 내 마음은 더 불행해지고 말리. 



너무 극단적인 예이긴 하다. 수없이 거짓을 말하지만 그 모든 거짓말이 밝혀지는 것은 아니고 모두가 상처받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슬픈 것은 모두가 거짓을 말하는 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가고 있다는 것.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많이 겪고 배우고 살아오면서 진실은 숨겨지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결국은 진실을 말하지도 않고 또 타인의 진실도 꺼내지지 않게 막게 되는 것. 어른의 증거.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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