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4 3 5

20150607 일상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오랜시간 스스로를 정리하지 않은 채 방치해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강박같은 것이 나에겐 존재했었던 것 같다. 언제나 명료해야하고 정당해야 했다. 

애써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해가며 행동의 방향을 결정짓는, 그런 류의 강박이 있었던 듯 하다. 


요즘 나는 제 3자가 된 것 같다. 모두가 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적당히 해내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나와 그런 나를 지켜보는 내가 점점 선명히 분리가 되고 있는 기분이다. 


나의 말투와 나의 행동이 낯설고, 나의 몸짓과 나의 말투가 어색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행동들에 대해 책임 보다는 방관을 하려는 마음이 더 커진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술취한 밤의 행동들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나는 공허한 채 움직이지만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결코 지고싶지 않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니까. 

예전에 이불킥을 해 대며 지나간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던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무엇인가 내가 달라진 것이 틀림없다. 

그 변화가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결국 사랑이 문제이다. 내가 아직도 여전히 예전의 그 사랑을 잊지 못한채 목적없이 배회하고 있음을 나는 안다. 

결코 그런 사랑을 다시 만나지 못하리라 확신한 채, 그런 사람은 다신 없다는 편견의 굴레에 스스로를 가둬놓은 채, 

나 자신을 빠져나올 수 없는 구석으로 몰아놓은 듯 하다. 그렇게 구석에 쳐박혀서 그저 상대방의 사랑을 바라보기만 한다. 


그 사랑은 내겐 배려이다. 나를 향한 진심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리고 그 순정을 외면하면 그가 받을 상처가 너무 클 것임을 알기에 나는 그를 배려한다. 나를 향한 그 일관된 관심과 순수한 마음이 너무 따뜻하게 나를 둘러싸고 있어, 그 배려를 놓을 수 없다. 

내가 많이 외로웠구나, 관심이 많이 필요했구나,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 가며 나를 위로하기 위해 그를 만난다. 

그저 외로운 사람끼리 만나 서로의 외로움을 다독여 주는 그런 마음. 어쩌면 한없이 이기적인 나의 배려일 뿐일 그런 마음이겠지. 

배려든 사랑이든 이미 나는 노선을 잃었다. 나를 내버려둔채 시간의 흐름에 그저 맡겨 버린 그 시간들이 모든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방향키를 잡기엔 나는 너무 어리고 힘없는 뱃사공일 뿐이다. 그저 물살에 떠밀려 이리로 저리로 흘러 다니겠지. 

하지만 그 종착에 대한 확신은 있다. 나는 결국 혼자 표류하다 침몰하여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 사랑은 내겐 풀지못한 숙제 같다. 풀어보려 애쓰고 또 애써도 정확한 정답을 알 수가 없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 복잡하고 다의적인 그 머릿속을 전혀 들여다 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서로의 진심을 꽁꽁 감춘채 애써 씨름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겐 솔직한 나의 일부 모습을 들이밀 수 있다. 그가 내게 일부의 솔직함만 보여주는 것 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봐 왔기에 느낄 수 있는 편안함 같은 것이다. 10년의 시간동안 우린 아주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너무 외로운, 외롭지 않은 척 너무 노력하며 살아가는, 스스로를 달래가며 지나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낯설지 않은, 어쩐지 나를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들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나를 보며 나처럼 되고 싶다 생각하고 살아온 그의 시간들을 들으며 나는 땅을 치고 후회를 했다. 그런 엉터리 모습을 보여준 것들에 대해. 더 일찍 그 모든것을 멈추게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나를 그에게 단 한번도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았음에. 나는 그렇게 나를 많이 원망했다. 

그가 내게 다가온 즈음부터 나는 나에 대해 평가하길 멈추었다. 그가 서글퍼 보이는 만큼, 나도 서글퍼 졌다. 나 역시 타인에게 저렇게 보일까 생각하면 숨이 막혀왔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을 기만한채 살았던 것이다. 나 자신만 눈치채지 못한채 그렇게 아무도 모르겠지 믿고 살았던 것이다. 

슬펐다. 그렇게 노력하는 그를 보는 것이. 그리고 그를 짠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되는 것이. 그래서 나를 붙잡는 그의 손을 놓기 싫었다. 그렇게 서로의 끝을 붙잡은채 함께 있는 시간이 내게 조금 위로가 되었다.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게, 그렇게 아둥바둥 보내지 않아도 되는 잠깐의 시간을 그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 내겐 작은 기쁨이었다. 바로 잡아주고 싶었다.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이니 너를 그렇게 구석으로 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그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있었다. 이런 마음, 주는 것이 더 좋은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위험 신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우린 서로가 원하는 미래를 잘 알았고, 서로의 미래에 존재하지 않음도 알고 있기에 나는 그에게 더 많이 주고 싶었다. 내 미래에 그가 없다고 확신했기에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그렇게 주고싶은 만큼 한 껏 주기만 하다 또 나와 같은 마음의 그를 느끼고는 또다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져버렸다. 그렇게 어려워졌다. 아직 이 문제는 전혀 풀릴 기미가 없는 것 같다.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사랑을 받는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빛이 난다고 했다. 연애를 시작하면 더 예뻐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것이 그런 이유라고 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은 어떤 빛이 사랑을 감싸고 지켜주는 것이겠지. 그러다 사랑을 잃으면 그 불은 꺼지고 분명 똑같은 사람임에도 달라 보이게 된다고 한다. 나의 빛이 점점 어두워져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매일 아침 처음 보는 내 모습이 예전과 다른 요즘임이 느껴진다. 나이를 먹어 그렇다기 보단 내 마음의 빛이 어두워져 가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내 마음이 요즘 그러하다. 


대한민국은 메르스 공포로 들썩이고 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고작 나와 나의 사랑에 머무르고 있음이 우습다.

하지만 조금 더 예전보다 솔직해지고 있는 듯한 나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억지로 애써 만들어가던, 남을 너무 생각하며 지내온 나의 과거의 시간들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길고 많을 것임에 감사하다. 메르스가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해 지낼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결코 없음을. 그리고 모든 것을 그렇게 정해놓고 살아가려 애 쓸 필요도 없음을. 

내가 틀렸노라 너는 지금 이상하노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 하더라도 나는 나를 더 관찰하고 스스로 발전해나갈수 있기를. 

더 솔직하고 더 진솔하게 세상을 살아가게 되기를. 그렇게 모두가 엉망진창이라 말하는 내 삶을 너무 비난하지 않기를. 

그리고 너무 큰 상처를 상대방에게 남기지 않게 되기를 바래보며, 간만의 글쓰기는 여기까지.  

(쓰고나니 또 결론이 너무 결론스럽게 나 버렸지만.. 어쩔수없다. 아직 나는 이 정도 인가보다.) 





'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 말로 진정 고귀한 것이다.' 

                                  

                      - 헤밍웨이 


 

 










'1 4 3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쌀쌀함.  (0) 2014.10.11
의지의 문제.  (1) 2014.09.14
하늘의 향기를 가지고 내려오는 비  (0) 2014.06.29
관찰  (0) 2014.01.21
재회.  (1) 201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