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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가는 길 D+16. 배드버그, 반가워. 2011년 9월 6일. Fromista > Car. de los Condes | 20.9 Km 또 하루가 밝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이 온다. 그리고 일어난다. 그러기를 2주 넘게 해온 지금, 주 5일 근무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요가 강사인 굴리는 일어나자 마자 요가를 하기 시작한다. 언제봐도 그 큰 덩치가 유연하게 몸을 접었다 폈다 하는 모습은 신기하다. 까뜨린이 놀란다. 그리고 굴리에게 너의 몸은 정말 유연해 ! 라고 말을 하고자 하는데.. 적절한 표현을 안떠올라 그에게 되묻는다.나도 ... 순간 당황했다. 뭐라고 해야하지 ?? "이럴때 뭐라고 말해야해 ? Soft? "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 나나 까뜨린이나 케샤에게는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한다. 아이슬란드인인 굴리는 아이슬란드..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15. How wonderful ! 2011년 9월 5일. Hontanas > Fromista | 37 Km 또 하루가 밝았다. 인나 언니는 또 일찌감치 출발하고 없다.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했는데 조금 걱정스럽다. 산드라와 까뜨린과 함께 길을 나선다. 다음 마을이 5km 정도 뒤에 있어 그 곳에서 첫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우리는 동에서 서로 걷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늘 아침 해는 우리 등 뒤를 비춰준다.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 무심코 돌아본 길에는 붉은 아침 햇살이 고개를 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아 ! 그 핑크빛 두근거림이란 ! 길을 멈추고 서서 일출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저만치 앞서가는 까뜨린이, 그리고 옆에는 날 기다리고 있는 산드라가 있었고, 산드라에게 해 뜨는 것을 보고 가자는 양해의 말을 전할 수 없었기에 아쉬움을 안고 길을..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14. too much 2011년 9월 4일   Burgos   >  Hontanas   |   31 Km    부르고스의 커다란 알베르게는 아침 이른시간부터 수많은 순례자들로 부산스러웠다. 안토넬로와 아나이즈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우리는 아침부터 로비에 모였다. 메일 주소를 주고 받고, 서로의 행운을 빌어 준다. 이미 여러번 겪게 된 길 위의 이별에 우리는 그저 덤덤하다.떠나는 사람은 슬픔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남은 사람은 오늘도 여지없이 먼 길을 걸어야 하기에 오래 함께할 순 없다. 알렉산더와 아나이즈를 배웅하기 위한 몇몇 친구들이 남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까뜨린과 산드라와 함께 길을 나섰다. 큰 도시를 벗어나는 것은 도시로 들어서는 것 보다는 덜 단조롭다. 우리는 다시 도시에서 자연으로, 아스팔트 길에서 흙..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12. 지독한 혼자. 2011년 9월 2일. Belorado > Altapuerca | 27.3 Km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또다시 잠에서 깬다. 8개의 침대, 작은 편에 속하는 이 알베르게에서 꽤나 편한 휴식을 취했다. 어제 얻은 극도의 피로감과 코고는 사람이 없는 행운이 만난 덕 일 것이다. 케샤와 함께 주방에서 일회용 스프를 끓여 먹는다. 아침저녁으로는 꽤나 쌀쌀해 따뜻한 음식이 절로 생각난다. 준비해 둔 음식이 없어 스프로만 끼니를 때우고, 같은방을 쓴 스페인 가족과 인사를 나눴다. 대부분의 스페니쉬들은 스페인어만 사용한다. 하지만 낯선 동양인 여자에 대한 엄청난 호기심으로 많은것을 물어보려 늘 애를쓴다. 정말 힘들게 대화라고 할 수도 없는 단어의 나열을 주고받고는, 부엔카미노로 끝낸다. 그네들에게는 이 조그만 동양인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11. 무지개 같은 사람. 2011년 9월 1일 Santo Domingo de la calz > Belorado | 23Km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밤이다. 휴식을 취하지 못한 내 몸은 오늘을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되지 않았다. 무겁게 늘어지는 육체, 그보다 더 무거운 마음이 나를 짓누르는 아침이다. 안토넬로는 응징을 받아야만 했다. 아침부터 우리 모두는 안토넬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한숨도 못잔 나와 까뜨린, 그리고 발로 몇번이고 위를 쳤다고 하는 루이스, 그리고 바닥의 아나이즈까지. 우리의 불만은 엄청났고, 순진한 이탈리안 청년은 미안함과 민망함에 얼굴이 한껏 붉어져 있었다. 놀라운 것은 안토넬로는 그 전까지는 자신이 코를 곤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밤을 함께 보낸 수많은 사람들 중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