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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2011

산티아고 가는 길 D+16. 배드버그, 반가워.





2011년 9월 6일.  
 


Fromista    >  Car. de los Condes   |   20.9 Km  




또 하루가 밝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이 온다. 그리고 일어난다. 


그러기를 2주 넘게 해온 지금, 주 5일 근무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요가 강사인 굴리는 일어나자 마자 요가를 하기 시작한다. 

언제봐도 그 큰 덩치가 유연하게 몸을 접었다 폈다 하는 모습은 신기하다. 


까뜨린이 놀란다. 그리고 굴리에게 너의 몸은 정말 유연해 ! 라고 말을 하고자 하는데.. 적절한 표현을 안떠올라 그에게 되묻는다.

나도 ... 순간 당황했다. 뭐라고 해야하지 ?? 



"이럴때 뭐라고 말해야해 ? Soft? "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 나나 까뜨린이나 케샤에게는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한다. 

아이슬란드인인 굴리는 아이슬란드어가 따로 있지만 영어를 무지 잘한다. 영어가 제 2 언어라 많이 쓴다고 했다. 


그는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이런 상황에서 절대 soft 나 tender 같은 부드럽다 라는 의미를 가진 표현을 쓰면 안된다고 말이다. 

일반적으로 You look so tender, 와 같은 표현은 성적인 표현을 하고자 할 때 주로 쓰인다고 했다. 

특히 남자가 남자한테 저런 표현을 하면 .. 바로 동성애자를 의미하며 너와 함께 밤을 보내고 싶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신 이런 상황에서는 flexible을 쓰라며 친절히 알려준다. 


오늘도 좋은 표현을 하나 배웠다. :) 



요가하는 굴리를 바라보며 나도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침대에 누운 상태로 몸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돌려보고, 다리를 위로 올려 뒷 다리 근육을 풀어준다.

손목 발목을 돌려 오늘도 무사히 걷길 마음속으로 되뇌인 다음 이불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침마다 일어나자 마자 그렇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다.

자고 일어났을 때 뻗뻗히 굳어있는 다리를 그냥 방치한 채 일어나면 걷기가 훨씬 힘들다. 

그걸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오늘 하루 긴 걸음의 시작으로 꼭 스트레칭을 했다. 


방을 떠나기 전 굴리가 또 우리의 사진을 찍어준다. 







일층 침대에서 편안하게 잘 자고 일어난, 상쾌하고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산드라와 8시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그녀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어제 만난 브라질리언 친구들과 함께 먼저 떠난다는 메세지를 한 스페니쉬에게 남겨 놓고 말이다. 

그녀도 친구와 함께 걷는게 더 나을 거라고 얘기하며 우리는 셋이서 함께 길을 나섰다. 



마을을 벗어난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이슬이 반짝인다. 


길 옆에 있는 난간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거기는 너무도 작은 달팽이 한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 이렇게 작은 달팽이는 처음보는 것 같다. 이 작은 몸에도 등껍질이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저 등치로 하루종일 기어가도 이 난간의 끝까지도 못갈 것 같은데.. 

보이지도 않을 만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달팽이가 너무 귀여웠다. 부디 무사히 어른 달팽이가 될 수 있길 ! 



까뜨린이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오마이갓을 외친다. 


그녀는 프란체스코에게서 받은 지팡이를 알베르게에 놓고 왔다. 마을 초입이라 다행이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가져 오겠노라며 다시 돌아갔고, 우리는 천천히 가고 있기로 한다. 







걸을 때는 잘 찍지 않던 사진도 찍는다. 


확실히 서양인들은 팔다리가 길쭉길쭉한게 늘씬해보인다. 동양인들과는 확실히 체형이 다르다. 


늘 호기심 넘치는 케샤는 오늘도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그녀는 아직 사우로를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또다른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차있었다. 

아직 루이스를 그리워 하지만 이젠 혼자이고 싶어하는 나와는 조금 달랐다. 


아직 스무살인 그녀는 스무살스러웠고, 그저 그 자체로 사랑스러웠다. 



스무살의 나를 생각해보면 나 역시 호기심에 넘치는 활발한 아이였던 것 같다. 

긍정으로 가득했고, 무엇이든 의욕적으로 열심히 하려고 했었다. 


그 때의 그 호기심과 열정이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를 알게되고 나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되면서 내려놓은 많은 것들.

스무살이던 시절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나는 이렇게 변해왔고, 또 변해가고 있는 것이리. 









오늘은 20 km만 걸을 예정이라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오늘 가는 길은 큰 도로를 끼고 가는 길과 작은 산길로 가는 두개의 길로 나뉘어 졌다.

갈림길 앞에서 까뜨린을 기다린 우리는 작은 산길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왼편으로 레스토랑이 보인다.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우리는 살짝 돌아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또 이그나시오와 그의 일행 네명이 있었고, 캐네디언 아주머니 두명, 그리고 안토넬로가 있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까뜨린은 이그나시오에게 덕분에 감기가 빨리 나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커피를 시키고 빵과 쿠키를 꺼내서 먹었다. 조금만 가도 된다는 기분 탓인지 마음이 여유롭다. 


안토넬로가 내일은 자신의 생일이라며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닌다.

얘기를 들은 캐네디언 아주머니 두 분이 미리 축하한다고 말을 해 줬다. 


안토넬로는 고맙다고 말을 하더니.. 사실 이탈리아에서는 생일을 미리 축하해주는 것은 나쁘게 받아들인다고 말을 했다. 

아주머니들이 당황하셨다. 내일 못볼수도 있기에 그냥 지금 축하를 해 준것이라고, 이탈리아의 그런 풍습은 미처 몰랐다 말한다. 


나도 몰랐다... 까뜨린도 몰랐다. 내일이 생일인 이탈리아노는 그렇게 내일을 손꼽아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조금 있는 숲 길이라 걷기가 한결 수월했다.

발걸음이 빠른 케샤는 안토넬로와 함께 저만치 먼저 가고 있었고, 느리기로 소문난 까뜨린과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20km 정도면 여섯시간만 가면 된다는 생각했지만, 어쩐지 발걸음은 더 느려졌고 시간은 더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금새 지쳤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또 짧은 휴식을 취하고야 말았다. 

걷는 중간의 씨에스타는 그렇게 추천할만한 것은 아니다. 잠깐 쉬고 가는 것은 괜찮은데 한숨 잠이라도 자버리면

그 이후의 걷기가 너무 힘들어 진다. 우리는 절대 잠들지는 말자고 얘기하며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어쩐지 온 몸이 좀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간지러울 일이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시 길을 걷는다 .



미국인 폴이 우리 옆을 지나가며 인사한다. 나와는 안면만 있는 사인데 까뜨린과는 하루정도 함께 걸어 꽤나 친해진 사이라고 했다. 

폴은 미국인 아주머니 두명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뒤따라 걸으며, 폴의 유창한 영어실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사실 유창하다고 하기 그렇다. 모국어가 영어일 뿐이니까 말이다. 


사실 영어권에서 온 사람들과는 대화하기가 조금 어렵다. 그들의 발음은 너무 빨랐고 쓰는 어휘도 조금 달랐으며, 

인토네이션이 다 달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나의 얕은 문법과 어휘를 걱정하느라 마음껏 말을 할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영어권에서 온 사람들을 어려워 하는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은 모두 나와 동일한 생각을 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행이다. 



그렇게 나는 폴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지 않게 교묘히 피해가며 그들을 뒤따라 갔다.









들판이 아니라 거의 사막같다. 


해는 점점 뜨거워 지고 있었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우리는 또 묵묵히 쉬지 않고 길을 걸었다. 










겨우 그늘을 하나 찾아내 휴식을 취했다. 


뜨거운 열기에 몸이 더 간지러워지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왜 이렇게 간지러운 지 말이다. 










그늘도 하나 없고,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먼지가 노랗게 피어오르는, 정말 지독한 까스티야의 평원이었다. 





뜨거운 태양아래에서는 쉬어갈 수가 없다. 이렇게 지독하게 그늘이 없는 길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20km만 걸으면 된다고 우습게 생각했지만, 몇키로를 걷던 마지막 5km는 정말 죽을듯이 힘들다. 

결국 쉬는 곳을 못찾아 뜨거운 태양아래 잠깐 앉아 초콜렛 샌드를 꺼냈는데, 

초코들이 모조리 다 녹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초코가 다 녹은건 처음이었다. 


이론상으로는 20km 쯤은 늘 30km 가까이 걷던 우리에게 한결 쉽게 느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닿지 않을 것만 같던 이름도 어려운 칼데라스에 마침내 도착했다. 시간은 3시. 

늘 대여섯시가 되야 마을에 도착하던 우리들에게 훌륭한 시간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알베르게로 향했다. 그 마을에는 알베르게가 3개가 있었고, 우리는 케샤의 안내에 따라 그녀와 같은 알베르게를 선택했다. 그곳에는 히데오상이 있었고, 그 외의 우리 친구들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아마 다른 숙소로 갔나보다. 


씻고 빨래를 돌리고 침대에 앉았다. 팔이 계속 너무 간지러웠다. 

그냥 봤을때는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버물리를 간지러운 곳에 발라가며 잠깐 휴식을 취했다. 



히데오상의 침대가 가까이에 있었다. 진작 와서 마을을 한바퀴 하고 올라온 히데오상이 우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발목이 아파 발목에 파스를 뿌리고 있던 나에게 그는 일본에서 가져 온 파스를 두장 준다. 

그리고 같은 방에 있던 다른 순례자에게도 파스를 준다. 내가 늘 생각해오던 일본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언제나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고 웃으며 말하는 그 일본인 아저씨가 나는 점점 마음에 든다. 



함께 나가 맥주를 한잔 하자고 히데오상에게 청했다. 그는 흔쾌히 수락했고, 

나와 케샤 그리고 까뜨린이 함께 나섰다. 가는길에 켄따루와 후미야도 만나 함께 바로 향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레몬맛 클라라를 시켰다. 따파스도 몇개 시키고 싶은데 다들 어쩐지 눈치를 본다. 

아무래도 여유자금이 거의 없는 켄따루, 후미야, 케샤 때문이었으리. 


그래도 나는 내가 먹고싶어서, 아니면 내가 사고 말지 라는 마음으로 따빠스를 몇개 골랐다. 

사실 나는 원래 계산하는 것을 칼같이 못하고 안되면 내가 사고말자는 스타일이어서, 이미 그네들에게 소소하게 많이 사 준 상태였다. 하지만 일일이 다 계산하기도 그렇고 돈 없어서 안먹겠다는 그들을 보는 것도 마음아파서 귀찮은 마음에 그저 그러고 마는 것이었다. 그래서 까뜨린과 다니면 굉장히 편했다. 그녀도 직장인이기에 적어도 돈을 쓰는 것에 있어 인색하진 않았다. 


그들로 인해 나도 내가 먹고싶은 것을 못 먹고 하는 것은 나도 싫었다. 하지만 매번 내가 계산하는 것도 싫긴 매한가지 였다. 

결국 그 맥주는 히데오 상과 내가 나눠서 계산했다. 어쩐지 히데오상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슈퍼마켓을 가야 했는데 지금은 씨에스타 시간이라 문을 닫은 상태였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올라가 조금 쉬기로 한다. 

알베르게에서 히데오상은 나에게 잠깐 얘기를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는 유창한 한국말로 나에게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나서서 계산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과 같은 일본인인 켄따루와 후미야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지난번에도 그런얘기를 했었지만 말이다. 

밥때만 되면 나타나 밥 먹었냐고 묻고, 어쩔수 없이 그가 사주고.. 이런 상황에 그는 지쳐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른이고 어른이 밥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사주는 것이 아깝진 않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감사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고 오늘도 어떻게 한끼를 때우고 보자는 그들의 태도가 느껴져 불쾌하다고 했다. 나 역시 그들에게 자주 사 주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라고, 그들은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나 역시 조금은 느끼고 있는 부분이었고, 히데오상이 너무 진지하게 얘기를 해서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도 알고 있노라며, 하지만 학생이라 돈이 없는 것도 이해 한다고. 그렇지만 고마워 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건 나도 싫다고 같이 얘기를 하고,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에 대해 또 한바탕 이야기를 했다. 


한국을 너무도 좋아하는 이 일본인 아저씨가 점점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슈퍼마켓이 문을 열 시간이 되었다. 까뜨린과 케샤와 나는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내일은 안토넬로와 히데오상의 생일이었다. 

우리는 아마 내일 안토넬로와 함께하게 될 것이지만 히데오상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몰랐다. 

많은 친구들이 챙겨주는 안토넬로는 괜찮았지만, 히데오상에 대해서는 우리는 확신이 없었다. 그가 내일 어디까지 걸어갈지,

만날 수 있을지 조차 알수 없었기에 우리는 오늘 그에게 저녁을 대접하기로 마음먹었다. 



락 오빠가 해주던 밥을 흉내내보려 각종 야채를 사고, 닭고기를 샀다. 그리고 후식으로 먹을 메론도 샀다. 

그리고 알베르게로 가서 밥을 하고 야채를 썰고, 요리에 일가견이 없는 세 여자가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음식을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맛이 상상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밥은 괜찮았지만 치킨과 야채 볶음은.. 뭐랄까... 뭔가 초록빛의 입맛 떨어지게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붉은 파프리카를 넣었어야 했는데... 별수 없었다. 



우리는 내가 한국에서 가져 온 고추장의 힘으로 그래도 즐겁게 저녁을 먹었다. 

케샤는 이 한국에서 온 스페셜 소스인 고추장을 너무 좋아했다. 까뜨린은 맵다며 거의 먹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히데오상은 닭고기를 못먹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날 그는 아무 말 없이 밥을 한그릇 너무도 맛있게 먹어준 것이다. 우리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서 말이다.  

과연 그 저녁이 그에게도 즐거웠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  


내일 있을 그의 생일을 위해 미리주는 선물이라고 하며 우리는 디저트까지 그에게 준비해 드렸다. 

지나가던 순례자들이 다들 축하해주고 멋진 저녁이라고 칭찬해주어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친구들을 찾으러 밖으로 나섰다. 

내일있을 안토넬로 생일을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협의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수녀원에서 하는 알베르게도 가고, 다른 알베르게도 가 보았지만 그들은 없었다.


마을을 한바퀴 다 돌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찾을 수 없었지만, 

순례자로 보이는 듯한 한 사람이 들어가는 길을 따라 겨우겨우 찾아 간 곳에서 그들을 만났다. 








창고인줄 알고 지나쳐 갔던 그곳.. 거기가 알베르게 였다.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몰리가 삶아진 스파게티 면을 한가득 들고 나타났다. 

우리 몫 까지 준비해 둔 스파게티가 너무 많았다고 하며, 저녁을 안먹었으면 스파게티를 좀 먹겠냐 묻는다. 


우리도 이미 저녁을 먹었노라며 아쉽다고 얘기하고, 내일의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샤샤와 후미야가 마당에서 공을 가지고 놀고 있다. 젊은 순례자들은 다 이곳에 있는 듯 했다. 

와인을 한잔씩 나눠 먹으며 어두워 지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케샤는 샤먼과 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고라는 조금 신비롭게 생긴 이탈리아 여자와 함께 꽤나 진지한 대화중이었는데, 케샤의 그 어리고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마술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현실적이지 못했다. 



아무튼 나는 그들과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기분이었고,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왔고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고 있었다. 먼저 들어가겠노라 말하고 나선다. 까뜨린도 일어섰다.

케샤는 진지한 토론을 끝내고 올 생각인 것 같았다. 우리는 어두운 스페인의 작은 마을을 거닐며 숙소로 돌아갔다. 



히데오상은 벌써 잠이 들어 있었다. 우리도 양치질을 하고 잘 준비를 하고 자리에 눕는다. 



자꾸만 온 몸이 간지럽다. 


설마 그 말로만듣던 배드버그에 물린걸까? 라고 생각하며 어렴풋이 잠들다가 .. 

온 몸을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무시한 상상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심각하게 온 몸이 간지러워지고 있었다. 

버물리를 꺼내 간지러운 곳에 바르기 시작했다. 거의 온 몸이 다 가려웠지만 팔과 다리가 특히 심했다. 

베드버그에 물렸을 때 절대 긁으면 안된다는 경고를 보았었기 때문에 긁지 않으려 무지 애를 썼다. 

다리의 고통보다 더 힘든 가려움과의 싸움이었다. 



그렇다. 드디어 배드버그가 날 찾아오고 만 것이었다. 




안녕, 반가워 배드버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