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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네스떼레

피에네스떼레 D+38. 끝과 시작 2011년 9월 28일. Fisterra 느지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어색하기만 하다. 해가 질 무렵 라이트 하우스에 가는 일정 외에는 우리에겐 계획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뭔갈 먹어야 할 것 같아 밖으로 나갔다. 아침의 피스테레는 차분했으며, 흐린 날씨 탓에 잿빛으로 물들어 보였다. 해안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셨다. 스페인 사람들은 정말 샌드위치를 사랑하는 것 같다.어느 레스토랑엘 가도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는 메뉴인 걸 보면 말이다.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아틸라도 기분이 좋아보인다. 어제처럼 우울하지 않아 다행이다. 테라스 자리에 앉아 오늘도 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아는 얼굴이 정말 없다. 순례자의 길이 끝났음이 새삼스레 실감난다.. 더보기
피스테라 가는 길 D+37. 마지막 걷기의 날. 2011년 9월 27일. Olveiroa > Fisterra | 31 Km 깜깜한 어둠속에서 길을 시작했다. 30여 키로미터를 걸어 피에스테레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끝마을에 도착하고 싶어 평소보다 조금 일찍 길을 나섰다. 아침 6시, 아직도 세상은 깜깜했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 순례자들의 랜턴만이 어둠을 간간히 밝혀주고 있었다. 어둠속을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 가로등 불빛하나 없는 그 완전한 어둠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화살표도 비춰주지 않고 있었다. 랜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힘들게 길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을 옮겼다. 갈림길이 나타났다. 우리가 가려던 길의 반대방향으로 누군가가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쪽에 선명한 노란 화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