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손을 내밀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출근길 버스 기사님께 먼저 인사하고 싶고
길가에 앉아 바나나우유를 마시며 구걸하는 할머니에게 돈한푼 쥐어드리고 싶고
별 고맙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다 말하고
잊혀질 듯한 옛 인연들에게 소소한 인사를 건네고 싶어지는
어쩐지 감성으로 가득한 그런 날이 있다.
그래. 그렇다.
표현하지 못했고 인정하기 싫어 부인했던 예전의 그 이기적이던 내가
이제는 다 아는척 다 이해하는척 다 반성하는척 세상에 다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게끔 하는 그런 날 말이다.
한없이 착하고 관대해보이지만 어쩌면 그건 누군가에게는 또 너무도 잔인한 나만의 이기적인 대화법인지도 모르겠다.
손을 내밀지 않은 상대방에게 내 손을 잡으라고 떠미는 꼴인지도.
그렇게 기분 좋았던 오늘이었다. 좋았다고 해야할지 어째야 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하늘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하는 듯 가만히 떠 있는 달이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아, 그랬구나. 오늘이 그래서 내가 이랬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