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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졸리지 않는 밤에 대한 이유는 많다. 


너무 늦게 마신 낮의 커피 때문에, 혹은 무심결에 잠깐 눈을 붙인 낮잠 때문일지도.. 

어쩌면 너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가을의 낙엽같이 바스락거리는 내 머릿속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억지로 잠을 이루려 노력하지는 않는다. 내일의 피곤함이 두렵지 않기에 지금의 불면 또한 두렵지 않다.  


영원을 부여받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금 이 순간에 작고 조용한 방에 앉아 있는 나는, 

사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것인지도. 


변화는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에 가깝다. 적어도 내게는 늘 그러했다. 


하지만 변화를 앞둔 지금은 두려움 반 설레임 반, 아니, 두려움, 설레임, 그리고 불편함이 각각 섞여 있는 듯한 마음이다. 

바스락거리고 뻣뻣한 종이옷을 입은 듯한 기분이다. 구김이 갈까 함부러 앉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내가 지금껏 입고 있던 옷 역시 나의 것은 아닌 느낌이었다. 

그토록 원하던 옷이었지만, 나의 것이 아니라는 그 느낌은 늘 나를 불편하게 했었다. 

하지만 모두가 나에게 그 옷이 참 잘 맞다, 잘 어울린다 이야기를 하길래 하마터면 난 그 옷이 나의 것인줄로 착각할 뻔 했다. 

'내 것이 아니야.' 라고 수없이 스스로 되뇌인 시간들이었기에, 나는 전혀 그 옷을 나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러다 그 옷을 갑작스레 벗게 되고 나니,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내 것이 아니라 수없이 되뇌었지만, 나는 그 옷을 내 것이라 생각하고 많이 욕심내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결코 나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옷을 입고 있는 순간들을 참 많이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채 그 옷을 이제 벗어야 한다.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이 상황에 나는 당황하고야 말았다. 

그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님을 스스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또 다른 낯선 옷이 준비가 되어 있다. 

새로운 옷을 입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 또한 어차피 나의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지금 이토록 두려운 것은 이 또한 나의 것인양 착각하게 되어 버릴까봐서 일 것이다.

나의 것이라 착각하고 신나게 살다가 결국은 또 나의 것이 아니라 돌려줘야함을 알기 때문 일 것이다.  


나만의 삶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게 다시 돌아와야만 할 것 같은 낯선 길은 그저 두려움 일 뿐이다.  


지금의 내가 그리고 있는 나의 미래가 있고, 선명하진 않지만 하나 하나 조각을 맞춰가는 중이다. 

나의 시간은 언제나 더디게 흘러가기에, 내게는 아직도 삶의 방향을 돌리기 위한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너무 빠른 시간은 언제나 나를 빨리 선택하고 빨리 달려가라 재촉한다. 결국은 시간과 선택의 싸움이 되어 버린다. 


시간이 두렵다. 나보다 언제나 앞서가는 시간이 나는 늘 두렵다. 


예전에는 선택이 두려웠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떡하나 전전긍긍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또한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잘못된 선택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 두려운 것. 일도 사랑도 모두 시간때문에 두렵다. 


물론 나는 여전히 젊다. 이토록 젊은 청춘인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나의 지금이 불완전 해서 인 듯 하다. 

나의 것이 아닌 듯한 하루들. 그렇게 또다시 가을이고 겨울이 온다. 


  

2014년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또다시 참 많이 방황을 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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