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complete

트라우마




모든게 마음이죠. 내 마음 때문이죠. 

모든게 마음이죠. 내 작은 마음 때문이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내 인생에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자신했던 일들. 

기억하지 않으려 덮어놓고 지내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그런 일들은 제법 모여 한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이 되었다. 


좋은일만 떠올리고 좋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지만 사실 불쑥 나타나는 그 나쁜 기억들은 나를 몹시 괴롭게 한다. 

특히 타의에 의해 갑작스레 떠올리게 되는 순간들이 더욱 그러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모든것을 잊은 척 살고 있지만, 나의 지금의 행동들은 그 날들을 여전히 의식하고 지내고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저 나를 원망하고 반성할 뿐이다. 



내가 그 때 그 곳엘 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때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때 그냥 돌아 왔었더라면. 

내가 그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물론 모든 일들은 이미 과거가 되었고, 그 기억을 공유한 모든 것은 다시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기억 한 가운데에 들어있는 나를 나는 버릴 수가 없다.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그 시간속 나의 행동들은 조각처럼 내 마음속에 깊게 새겨져 있다. 

이미 다 지워졌으리라 믿고 있었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면 여전히 그 것들은 내 마음속에서 선명히 존재한다. 



트라우마.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는 기억. 


얼마전 누군가가 나에게 "트라우마 같은거 없으세요?"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네, 전 딱히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라고 대답을 했었다. 


그 땐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과거로 인해 지나치게 강박적이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내 삶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됐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아.' 라는 말로 회피하고 스스로를 보호해가며 지내왔기 때문에 그 기억이 얼마나 강한지는 나 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 조차 쉽게 떠올리지 못할만큼 나 자신을 잘 속여왔었던 것이겠지. 


 

요즘 문득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 '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원래의 나 보다 더 차갑게 얘기를 하거나, 더 방어적이 되거나, 상대방의 안좋은 점만 유심히 보려는 때가 있는데, 

그 때는 내 몸과 마음이 모두 한없이 차갑고 냉정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는 대부분이 순간이 과거의 '그' 경험들이 다시 일어날까 싶은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느낌을 이제서야 받게 되었다.


그 곳에 간다면, 그렇게 얘기한다면,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타날지도 모를 그 다음 상황들이 두려워 

예전과 같은 행동을 결코 하지 못하게 된 것. 어쩌면 나의 평생을 지배할 기억들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나는 조금씩 달라 질 것이기 때문에 내 평생을 그 기억들에 저당잡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직까지는 두려움이 큰 것이 맞는 듯 하다. 


모든 것은 내 마음 때문이다. 내 작은 마음 때문인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작은 마음을 억지로 키울 수가 없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문득 요즘 이렇게 뭔가 울적하고 우울한 생각이 드는 때가 잦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웃고 떠들고 바쁘고 열정적으로 여전히 하루를 잘 보내지만, 내 마음은 요즘들어 유독 잿빛인듯 하다. 


어쩌면 새로 시작한 심리학 공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런 나쁜 상황들을 배우면서 그 곳에 나의 삶을 투영시키다 보니 자꾸만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우울해 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새롭게 바뀐 업무 환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환경에서 나의 정체성을 아직 찾지 못해 자꾸 방황하는 건지도. 


어쩌면 .. 어쩌면.. . 


나를 위로해줄 이유들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내 작은 마음 때문인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올 겨울은 그냥 작은 마음으로 작게 움츠려서 보낼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어쩔수 없다. 

지금 나의 겨울이 그러 한 거니까. 도망치는 것 보다는 움츠려 지내는 게 나을 것 같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조차 누군가가 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솔직해지지 못하는 요즘이다. 

진짜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런 나의 불완전한 마음들을 보더라도 부디 내게 아는 척을 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아마 이런 글을 쓰는 것 마저 버리게 될 지도 모르니까. 

내게 글쓰기는 온전히 내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내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중요한 한가지이다. 

온전히 내 것이어야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 의해 평가받고 지적받는 것은 결코 원치 않는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만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모두 나를 응원하고 지켜줌을 알고 있지만,  

그 조차도 불안하고 불편한 요즘의 내 마음에 나도 조금 괴롭다. 




모든게 마음이죠. 내 마음 때문이죠. 

모든게 마음이죠. 내 작은 마음 때문이죠. 







'incomple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0) 2015.01.04
행복하지 않다는 것.  (0) 2014.12.22
  (0) 2014.11.10
심리학.  (0) 2014.08.31
0813.  (0) 2014.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