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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새해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한살 한살 더 먹어감에 따라 무거워지는 삶에 대한 책임은 그저 숫자일 수는 없는 듯 하다. 언제나 나보다 빠른 시간이 저만치 멀리서 넌 아직 거기서 무얼 하느냐 묻는 듯 하다. 


지금의 나는 어쩌면 정체되어 있고 어쩌면 부유하고 있고 어쩌면 침전하고 있다. 


요즘의 나는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나이게끔 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인에게 쉽게 휘둘리고 있는 듯 하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우울하다가도 기쁘고 행복하기도 하다.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모두가 어울려 살아야 한다지만, 유독 이타적인 성향이 강한 나에게는 그 어울림이 때론 고통으로 남기도 한다. 나는 왜 이리도 타인에게 쉽게 영향을 받는 것인가2015년과 함께 시작된 고민이다. 


우스갯 소리로 하던 소리가 있다. '지나친 배려는 사람을 배린다.' 여기서 망가지는건 배려한 사람인가 배려를 받은 사람인가? 

나의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고마움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부담일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이기적인 나의 마음으로 받는 사람의 마음은 모르겠고 일단 내 마음이 편하자는 마음에서 배려를 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받는 사람이 내 배려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배려에 따라 기대했던 행동이 안나오면 나도 모르게 상처를 받는 것을 보니 말이다. 나는 남을 위하는 척 하면서 이토록 이기적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요즘은 회사동료에게도 친구에게도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것 같다. 

그들은 알지 못하는 나만의 배려와 기대들이 그들도, 그리고 나 또한 힘들게 하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 또한 느낄 것이고 이떤 방식으로든 그것은 불편함으로 남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내 마음을 타인에게 둔 채 새해를 맞이하였다. 그 와중에 나는 어디론가 숨어버린 듯 하다.  



새해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도, 타인에 대한 기대도 너무 많이 하지 않는 연습을 할 것이다. 

나의 배려가 상대방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아니 그보다 내가 타인에게 기대하게 되는 어떤 배려도 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나의 모든 행동들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타인에게 기대를 하지 않도록 하는 연습을 할 것이다. 

사실 배려가 문제는 아니다. 그로 인해 어떤 보상을 받고자 하는 내 기대가 문제이다. 기대를 버릴 것,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것에게도. 모든일을 온전히 내가 만들어 내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나에게 물을 수 있는 연습을 해야함이 옳은 듯 하다. 


더 많이 베풀기를. 그리고 돈이든 명예든 사람이든 마음이든, 그 어떤것에도 욕심내지 않기를. 

쉽게 타인을 평가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으며 나와 같지 않음을 원망하지 않기를. 

그저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 인내를 가지기를. 

나를 온전한 나로써 내보이고 그 모습을 사랑하기를. 그리고 그러한 사랑을 주기를. 조금 더해 그러한 사랑을 받기를. 


나의 2015년 과제는 나와 사람 그리고 사랑이다.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또다시 다가올 한 해의 끝에는 사랑만이 남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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