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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드 보통의 사랑시리즈. 

이름이 보통이라 그런가 정말 보통의 이야기들을 써 놓았다. 

너무 보통이라 누구도 책으로 낼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보통은 써낸다. 놀랍다. 


사실 이사벨과 글을 쓴 주인공인 '나'의 관계가 어땠는가에 대한 내용은 없다.

'나'는 그저 이사벨이라는 여자의 전기를 쓰고 있었고, 

정말 전기스럽지 않은 내용들을 전기로 만들기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시시콜콜하게 적혀지는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일상들을 특유의 위트와 상상력으로 표현해대는걸보니

이런글은 보통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니구나 싶다. 

그리고 너무도 평범한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서 나는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었다.


물론 나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였다. 이사벨의 모든것은 나와는 거의 정반대였고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였다. 

하지만 누군가를 그렇게 알아간다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만약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서로에 대해 자서전을 써 주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정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은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의문이다.) 


사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 삶을 정확히 알고 평가하는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방의 '응' 이라는 대답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하며, 

지금 상대방의 기분이 어떤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한다. 

세상에.. 그게 가능한 일인가 ?? 



굳이 가서 확인할 필요도 없이, 어떤 사람이 어떤 것에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하게 아는 것. 



나를 그렇게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며, 내가 그렇게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


예를들면 이런 것이다. 




"오늘같이 우중충한 날에 뭐 특별한걸 먹고싶은데, 뭐 없을까?" 




라는 질문이 있다. 그리고 대답은 아래와 같다. 




1. 막걸리에 파전 ? 어때 먹으러 갈까 ?


2. 뭐 먹고싶은데?

 

3. 우중충한거랑 특별한거랑 무슨상관이야 ?


4. 글쎄, 나도 그렇긴 한데 딱히 떠오르는게 없네. 




라고 했을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혹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정확히 아는 관계가 몇이나 될까 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지만 매사 모든 대화와 행동들에서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정답을 찾아 대답하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매번 규칙도 논리도 없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책 속의 이사벨을 보면 이해가 쉽다. 


책 속의 이사벨이 정말 제멋대로라고 생각하며 읽었지만,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도 별반 다르지가 않다. 

내 마음 또한 언제나 시시각각 변한다.(누구나 그렇겠지만.) 

아메리카노를 일주일 내내 마시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카페모카를 주문하는 것 처럼, 

집에서 누워 뒹굴다가 갑자기 운동화 신고 달리기를 하러 밖에 나가는 것 처럼, 

또는 열심히 휴대폰 게임을 하다말고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며 뒷구르기를 하는 것 처럼, 

나의 행동 역시 변화무쌍하고 갑작스럽기 일쑤이다. 나 역시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할때가 많다. 

그런데 누가 나의 그런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한단 말인가?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리. 

서로가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알게 될 때는 사랑이 지속되고, 아닌 경우는 끝나고 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사벨과 '나'는 헤어지고 만다. 그들은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만 것이다. 

(사실 책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나 역시 이사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은 이렇게 어렵다. 아니, 어쩌면 사람이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고 안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사랑하는 이 사람의 모든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다가도 헤어지기 십상이고, 

모든걸 알것 같았던 그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받는 일도 허다하다. 


사랑은 누군가를 완벽히 아는 것이 아니고 평생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상대방을 완벽히 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바로 사랑의 위기가 아닌가 싶다. 



상대방을 잘 안다는 오만함, 사랑에 결코 있어서는 안될 한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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