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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향기를 가지고 내려오는 비










비가 오는 아침이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비오는 나의 아침을 걱정해준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기다렸던 시간. 

비를 좋아하던 나였지만, 우산을 쓰지 않고 맘껏 비를 즐길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참 좋았었다. 

처음에 느꼈던 고마움이 나도 모르게 기다림으로 바뀌어 있음을 문득 깨달았던 그 순간, 그렇게 내 마음에 그가 들어왔다. 


서로 별 말을 하진 않았다. 대화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과 눈빛을 나누며, 그저 함께 머무를 뿐이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나에게 비의 향기가 되어 남았다. 



그런 존재들이 있다. 특별한 어떤 일이 없더라도 특별하게 내 마음으로 파고 드는 존재들. 

때론 기쁨으로, 때론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오는 그런 상황들 앞에선 늘 낯선 갈림길에 선 아이처럼 두리번거리다, 

결국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 채 주저 앉아 울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크게 엉엉 울어버리면 어디선가 나의 울음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와서 안아줄 것만 같아서.


초록빛 비가 내리는 엉엉 울고싶은 그런 날이면, 문득 그가 생각난다. 


말없이 가만히 기댈 수 있었던 그 어깨,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늘 나를 응원하던 그 눈빛, 

사소했던 배려들로 가만히 내게 전해지던 그 따뜻한 마음까지. 


이제는 색바랜 연두빛으로 남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그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건, 

잊을 만 하면 조용히 내려주는 초록빛 비 때문이겠지. 



아마 지금이 초록빛 여름이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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