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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라이프

네번째 날 2011.06.04. 어느 집이든 하나씩의 문제쯤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너무 행복하고 이상적인 것 처럼 보이는 집안의 철없는 딸로만 보였던 내 친구는 사실 알고보면 집에 있을 때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무서워 한다. 그 부모들의 육아 방식을 나무라기엔 조금 주제 넘지만, 친구를 볼때마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건 어쩔수 없다. 자식의 자존감은 부모가 만들어 주는 것일텐데, 대체 어떻게 했길래 천성이 밝은 이 아이의 자존감을 이토록 낮춰버렸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나이 스물 일곱. 캥거루 족. 사실 나는 자식을 부모 배에서 나가지 못하는 캥거루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부모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어릴때 부터 대학 졸업 하고 나서부터는 집에서 살 생각 하지 말라고 가르친 집에서 자란 .. 더보기
세번째 날 2011년 6월 3일. 내게는 정말 특이하게 알게된 인연이 몇 있다. 오늘 만난 사람은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특이하게 알게 된 인연이다.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지만, 그 만남과 헤어짐에는 다 타이밍 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내가 보고 싶어도 봐지지 않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 보려고 해도 시간이 안맞아 자꾸만 못보게 되는 사람도 있다. 지금껏 몇번을 보려고 했으나 항상 실패를 하고, 3년 6개월만에 다시 만나게 된 사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시점들에 늘 그사람을 만났던 것 같다. 이 사람이 나중에 언젠가 내 인생의 큰 전환점 하나를 만들어 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아침부터 잠실로 갔다. 의도한건 아닌데 자꾸만 이른 낮에 약속이 .. 더보기
두번째 날 아침에 눈을 떴다,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다. 내 생각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어쩐지 배가 고프지 않아 아침부터 그냥 굶었다. 몇주간 포식했던 내 위는 배고픔을 느끼고 싶었나보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손톱이 긴게 걸리적 거린데 손질하기는 귀찮아서 네일을 받으러 가야지.. 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예약을 안하면 안된다고 한다... 아놔.. 아침부터 한가한 여자들이 많은가 보다. 일단 약속장소로 향했다. 서울로 가는 버스에서 전화가 한통 왔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백수 딸이 어지간히 걱정이 되신가 부다, ㅎ 약속있어서 나간다고 하니 뭘 그리 바쁘냐 틱틱 대신다. 회사 그만둔다고 선언을 하고 난 뒤로부터 잔소리가 엄청 늘었다,ㅎ 물론 말하는 사람은 걱정이고, 듣는 사람은 잔소.. 더보기
자유인, 그 첫번째 날 2011년 6월 1일, 나는 5살 이후로는 처음으로 타이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그리고 지금은 그냥 나. 그냥 나.. 라고 하긴 좀 그렇고, 백수라고하기도 좀 그래서 자유인으로 칭하기로 했다. 자유인이 된 첫날 아침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침일찍 일어나는 3년간 몸에 밴 습관덕에 7시에 일어나고야 말았다. 사회인의 마지막을 과하게 기념하느라 어젯밤 과하게 마신 술 때문에 머리는 깨질 것 같고 배는 빈속에 콜라먹고 놀이기구 탄 것마냥 난리고, 비는 주룩주룩 오고 얼굴은 팅팅부어있었다. 아........................ 정말.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나보다. 하나씩 어제의 일들이 떠오르면서 괴로워진다. 어젯밤 2차 맥주집 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