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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3. 이십대의 나는 너무 욕심이 많았다. 나는 특별해야 했고, 인정받아야 했고, 실패하지 말아야 했다. 세상이 내 편이라 늘 생각했고,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잘 돌아갔었다. 늘 많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었고, 나는 단 하나의 인연의 끈도 놓치지 않으려 몹시 애쓰곤 했다.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여 인연의 끈은 점점 늘어났고, 스스로 감당하기 버거워질때 쯤, 나는 끈을 꽉 쥐고 있던 손을 느슨히 풀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틈에 어떤 끈은 여전히 내 손안에 들어있었고, 어떤 끈은 내 손에서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떨어진 끈을 다시 줍고 다시 내것으로 만들려 애쓰던 시간이 많았다. 나는 너무도 욕심쟁이었기에, 내것이 안되더라도 모두 내 곁에 두려 했었다. 정말 애썼다.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온 인연이, 소중한 추억이 .. 더보기
하늘의 향기를 가지고 내려오는 비 비가 오는 아침이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비오는 나의 아침을 걱정해준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기다렸던 시간. 비를 좋아하던 나였지만, 우산을 쓰지 않고 맘껏 비를 즐길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참 좋았었다. 처음에 느꼈던 고마움이 나도 모르게 기다림으로 바뀌어 있음을 문득 깨달았던 그 순간, 그렇게 내 마음에 그가 들어왔다. 서로 별 말을 하진 않았다. 대화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과 눈빛을 나누며, 그저 함께 머무를 뿐이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나에게 비의 향기가 되어 남았다. 그런 존재들이 있다. 특별한 어떤 일이 없더라도 특별하게 내 마음으로 파고 드는 존재들. 때론 기쁨으로, 때론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오는 그런 상황들 앞에선 늘 낯선 갈림길에 선 아이처럼 두리번거리.. 더보기
이를 악물고. 1.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요 최근 유독 자주 찾아온 그 느낌. 이제 한번쯤 터질때가 되었나 보다 싶다. 이를 악물어야 이겨낼수 있는 상황이 찾아오는 빈도수가 부쩍 잦아진 걸 보니 말이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일도 아닌 일들이다. 그저 이겨낼 준비가 안된 내 마음이, 아니 이겨낼 생각이 없는 내 마음이 문제일 뿐이다. 난 정말 욕심쟁이 인 것 같다. 아무리 아닌척 하려해도 내 마음은 아닌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음을 안다. 백번 천번 생각해서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겨우 찾아냈고, 그 길은 만번 더 생각해봐도 옳은 길이었다.하지만 왜 옳지 않았을 것 같은 길 위에 내 마음의 한 부분을 남겨두고 온 듯한 기분이 드는걸까? 그 길을 걸어가는 내 모습을 상상했던.. 더보기
손 내밀기 세상에 손을 내밀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출근길 버스 기사님께 먼저 인사하고 싶고 길가에 앉아 바나나우유를 마시며 구걸하는 할머니에게 돈한푼 쥐어드리고 싶고 별 고맙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다 말하고 잊혀질 듯한 옛 인연들에게 소소한 인사를 건네고 싶어지는 어쩐지 감성으로 가득한 그런 날이 있다. 그래. 그렇다. 표현하지 못했고 인정하기 싫어 부인했던 예전의 그 이기적이던 내가 이제는 다 아는척 다 이해하는척 다 반성하는척 세상에 다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게끔 하는 그런 날 말이다. 한없이 착하고 관대해보이지만 어쩌면 그건 누군가에게는 또 너무도 잔인한 나만의 이기적인 대화법인지도 모르겠다.손을 내밀지 않은 상대방에게 내 손을 잡으라고 떠미는 꼴인지도. 그렇게 기분 좋았던 오늘이었다. 좋았다고 .. 더보기
as always 1. 아닌 걸 맞다고 할 재주와 틀린걸 옳다고 할 재주가 내겐 없다. 틀렸다는 걸 알게되기 전 까지의 행동들은 결코 그것에 대해 알게 되고 난 이후의 행동들과 같아질 수 없다. 어쩌면 그러한 앎 또한 사회가 만들어낸 일종의 편견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아직 내게 어떤 앎은 그릇됨이다. 물론 몰랐던 것은 아니다. 알고 있었지만 부정했고, 또 그러지 말아야 했지만 기대했다. 살아가다보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지만 그것을 믿고싶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애써 아니라고, 또 아닐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타인을 위로하며 살아가고 있지만사실 대부분의 우리는 아무리 애써봐도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살아가고 있다. 때론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지만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고선 곱씹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