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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지 않는 밤에 대한 이유는 많다. 너무 늦게 마신 낮의 커피 때문에, 혹은 무심결에 잠깐 눈을 붙인 낮잠 때문일지도.. 어쩌면 너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가을의 낙엽같이 바스락거리는 내 머릿속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억지로 잠을 이루려 노력하지는 않는다. 내일의 피곤함이 두렵지 않기에 지금의 불면 또한 두렵지 않다. 영원을 부여받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금 이 순간에 작고 조용한 방에 앉아 있는 나는, 사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것인지도. 변화는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에 가깝다. 적어도 내게는 늘 그러했다. 하지만 변화를 앞둔 지금은 두려움 반 설레임 반, 아니, 두려움, 설레임, 그리고 불편함이 각각 섞여 있는 듯한 마음이다. 바스락거.. 더보기
쌀쌀함. 어느덧 다시 쌀쌀한 계절이 돌아왔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내 삶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문득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외롭다고 느낀 그 순간, 나는 그저 혼자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이렇게 차가워지는 계절을 좋아한다. 차가움 보다는 차가움 속에 느껴지는 깨끗함이 좋다. 세상에 있는 모든 먼지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불빛은 선명하고 밤은 까맣다.그렇게 또렷하고 선명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머릿속도 깨끗한 유리처럼 맑아지는 기분이다. 맑지만 차갑기도 하다. 유리처럼 온통 차가운 밤을 나는 좋아한다. 이런 밤이면 나를 스쳐갔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하나씩 떠오른다. 아쉬움이나 미련때문이 아닌, 그저 배고플때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 .. 더보기
루시. 그리고 존재 루시를 보았다. 인간이 뇌를 100% 사용하게 되었을 경우에 대한 설득력 있는 공상.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혹은 모든 사물은 사실 무(無)이다. 지구를 이루는 모든 것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인 세포를 쪼개고 쪼갰을때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모여서 나무가 되고, 흙이 되고, 바위가 되고, 사람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모든것은 공(空)이라 얘기한 붓다는 정말 대단한 분.) 태초에 지구가 만들어 지고, 유전학적인 인류가 발생하기까지 엄청난 과정의 세포의 분열이 있었는데, 세포는 쪼개어 지고 새로 합쳐서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켰지만, 그 본연의 역사들은 그 속에 남아있게 된다. 지금의 내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유전.. 더보기
의지의 문제. 씁쓸하게도 이 시대의 대부분의 연애의 시작은 사랑이 아니다. (물론 모든 사랑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 낯선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을 때, 서로에게 잘보이기 위한 노력을 함과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탐색이 시작된다. 이 사람이 과연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치밀하게 계산하고, 상대방에게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에 아깝지 않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 어필한다. 그렇게 서로가 적어도 손해보지는 않겠다 라는 마음이 들게 될 경우, 하나의 관계가 시작된다. 안타깝지만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 시대의 많은 청춘들은 이렇게 관계를 시작하고 있다. 관계가 시작되고 나면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더 많이 계산하고 더 많이 탐색한다. 내 삶에 들어온 누군가의 영역.. 더보기
심리학. 2014.8.26. 상담심리학 수강 시작. 가만히 있지 못하는 병에 걸린 듯한 내가 겁없이 공부에 다시 도전을 한다. 심리학에 대해서는 사실 제법 오래 전부터 많은 관심이 있었었다. 고전 문학들을 읽다보면 그들의 철학적인 사유에 대해 나도 모르게 경외감을 느끼게 될 때가 있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는 일종의 갑갑함 같은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그것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 듣고 배우지만 실제로 떠나볼 수 없을때 느끼는 답답함. 그런 답답함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는 짐을 싸고야 만다. 그와 비슷한 마음으로 이번에 사이버대학교도 등록을 하고야 말았다. 개론시간에 교수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너무 깊에 심리학에 대해 알려고 하다보면, 그 모든 것이 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