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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2011

산티아고 가는 길 D+7. Give Give Give. 2011년 8월 28일. Estella > Los Acros | 21Km 부스럭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오늘도 잠에서 깬다. 다들 어쩜 이렇게 일찍들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물론 누워있는 나도 잠을 자고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새벽녘부터 일어나 어둠속을 걷고 싶지 않다. 빛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 단지 그 이유로 나는 늘 일곱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지런한 나의 친구들은 이미 출발하고 없다. 아이슬란드에서 온 덩치큰 굴리가 아침부터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길래 그에게 어제 산 스프레이 파스를 권했다. 덩치와 안어울리게 아주 유쾌하고 활달한 굴리는 너무 고맙다며 우렁찬 소리로 인사를 한다. 오늘이 마지막 걷기라 느지막히 움직이는 셀린느에게도 파스를 뿌려주고, 준비한 샌드위치를 챙겨 길을 나섰..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6. 에스텔라의 아름다운 밤 2011년 8월 27일. Purnte la Reina > Estella | 22.4Km 락 오빠와 함께 느지막히 숙소를 나섰다. 느지막히라고 해 봐야 8시지만, 다른 순례자들은 보통 7시 전에 다 떠나가기 때문에 8시는 늦은 편이다. 부실하지 그지 없어보이는 2층 짜리 철제 침대, 어제 내 위에서 자던 외국인 할아버지가 꽤나 뒤척이는 바람에 오늘도 잠을 설쳤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들도 꽤나 익숙해 졌는지 피곤하지는 않다. 자주 깨긴 하지만 잠을 못자지는 않고, 그런 모든 상황을 계산하여 내 몸은 스스로 체력을 비축해두는 것 같다. 참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는지 이렇게 집집마다 꽃을 내놓고 키우고 있다. 키우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즐거운 일석이조의 행복. 마을 끄트머리에..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5, 더치페이 2011년 8월 26일. Pamplona > Purnte la Reina | 25Km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대는 이 알베르게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 내 윗 침대의 뒤척임,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죽인 웃음소리들 때문에 잠을 꽤나 설쳤다. 부지런한 다른 순례자들은 또 대여섯시부터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최대한 게으름을 부리며 내 얇은 침낭 속에서 꾸물대고 있다. 여덟시에는 무조건 알베르게를 떠나줘야 하기때문에 꾸물거림도 오래 지속되진 않는다. 한바퀴 구르면 바닥으로 떨어질 좁디 좁은 이층 침대 아래에 누워서 스트레칭을 한다. 혼자 스트레칭 하기에는 괜찮은 사이즈다. 물론 스트레칭의 종류에는 제약이 있지만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으러 주방으로 올라갔다. 부지런한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4. 플립플랍이 어때서? 2011년 8월 25일 Zubiri > Pamplona | 21Km 피곤한 아침이다. 코골이로 인한 난리통을 겪는 바람에 웃으며 시작했지만 내 몸은 피곤하다 외치고 있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케이코상과는 코골이로 난리를 친 하룻밤 만에 꽤나 친해져, 아침에 함께 알베르게를 나섰다. 뭉게구름이 너무나 이쁜, 너무도 청명한 아침이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How wonderful life is ~ 케이코상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짧은 영어와 일본어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눠가며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아니, 이야기를 했다기 보다는 그냥 단어나열? 정도를 해 가며 길을 걸었다고 해야함이 맞지 싶다. 가령 길을 가다가 똥이 보이면, 영어로는 shit..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3. 코골이의 최후 2011년 8월 24일 Roncesvalles > Zubiri | 21Km 새벽부터 부스럭 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오늘도 잠에서 깬다. 알람이 따로 필요 없다. 나를 뺀 모든 사람들은 몹시 부지런 하구나, 싶은 아침이었다. 일본에서 온 62살 히데오상은 한국에서 14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한국어에 꽤나 능통하다. 약간은 어리숙한 한국말로 한국 친구에게서 받은 군용 비빔밥이 있으니, 다음 마을에서 함께 먹자며 아침 식사 초대를 했다. 먼저가서 기다리겠노라며, 히데오상은 침대에 누워 스트레칭 하고 있던 나를 뒤로 하고 다른 일본인 두명과 함께 출발을 했다. 뭐? 먼저가서 기다린다고 ????? ... 마음이 급해졌다. 후다닥 씻고 짐을 꾸려 나도 서둘러 나서려고 하는데, 어제 숙소에서 만난 미국인 아주머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