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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2011

산티아고 가는 길 D+22. 파라다이스 2011년 9월 12일. Chozas de Avajo > Astorga | 30.5 Km 새벽부터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일찍 잠에서 깼다. 너무 큰 방이라 혼자 더 자고 있을 수도 없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겼다. 4.5 km만 가면 다음 마을이 있다고 책에 나와있었고, 그 정도면 한시간 정도 걸으면 되는 거리라 다음 마을에서 아침을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길을 나섰다. 길은 일자로 쭉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끄트머리에 어제의 그 밝은 달이 내려가고 있었다. 아 ! 어찌나 크고 둥근 달인지 ! 달이 이렇게도 클 수 있다니, 정말 달을 보고 걷는데 점점 달에게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길 앞에서 콜린과 어제 슈퍼마켓에서 만난 그 남자가 멈춰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그 남자가 나에게 뒤를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21. 새로운 시작 2011년 9월 11일. Leon > Chozas de Avajo | 20 Km 소리나지 않는 편안한 침대, 조용한 방, 그리고 나만 있다는 그 자유로움 속에서 깊은 수면을 취했다.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느지막히 나가고 싶었지만, 갈 길에 대한 부담감과 몸에 배인 습관 때문에 일찌감치 잠에서 깨고는 그냥 누워 있었다. 문 앞에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히데오상은 오늘도 아침 일찍 출발하는 모양이다. 일곱시 반, 평소보단 조금 늦은 시간에 나서는 걸 보니 히데오상도 푹 잠을 잤던 모양이다. 그가 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어쩐지 마음이 불안해졌다. 나도 빨리 따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문 바닥 틈으로 왠 종이가 보인다. 아... 히데오 상이 쪽지를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20. 안녕 친구들 2011년 9월 10 일. Leon 엄청나게 커다란 알베르게에서 잠을 편하게 잘 순 없었다. 사람이 많은만큼 소리도 많다. 나는 오늘 걷지 않을 예정이다. 걷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잠을 설쳤다. 이런 이유로도 잠을 설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가능한한 늦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니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티아고에서 꼭 다시 만나자. 내가 부지런히 쫒아 갈게." 그렇게 나는 기약없는 약속을 하고, 친구들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산드라는 나에게 초콜렛을 줬고, 시몬도 숨겨놨던 초코빵을 줬다. 고마웠다. 어쩐지 마음이 허전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쉬기로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발가락 상태도 몹시 안좋았다. 플립플랍을 신고 걷기조차 힘들었고, 그 발은 나의 하루의 휴가에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19. 불편함. 2011년 9월 9일. El burgo Ranero > Leon | 41 Km 과연 41km를 걸을 수 있을까 ? 레온에 도착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새벽부터 요란하다. 시계를 보니 다섯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다. 밖은 여전히 깜깜하다. 이미 출발한 순례자도 꽤 있는 듯 하다. 보통 10시에 잠이 드니 5시에 일어나도 7시간은 잔 셈이지만,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것은 왠지 엄청 힘들게만 느껴진다. 자리에 누워 스트레칭을 한다. 41km를 걸어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하다. 까뜨린이 짐을 거의 다 싼 것 같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짐을 싼다. 밖으로 나가보니 우리 친구들은 벌써 아침을 먹고 있다. 그리고 밤 하늘에는 새벽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아 ! 한번도 보지 못했던 모양의 밤하늘,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18. 이제 그만. 2011년 9월 8일.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El burgo Ranero | 31 Km 늘 일찌감치 출발하는 히데오상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살짝 눈을 떠서 방을 둘러보고 다시 눈을 감는다. 조그맣고 조용한 방에서 꽤나 푹 잔 밤이다. 팔다리는 여전히 간지러웠지만 어제 스페니쉬 부부로부터 받은 연고 덕에 많이 좋아졌고, 비닐 커버를 씌워둔 침대 였기에 배드버그가 기어다니는 듯한 환상에서도 자유로웠다. 히데오상이 간간히 히안한(한숨을 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듯한) 소리를 내긴 했지만, 그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하다. 엄청 심하게 코를 골 것 같은 아이슬란드인 굴리는 의외로 소리없이 잠을 잔다. 그가 요가강사인 것 만큼이나 놀랍다. 그는 여러모로 상상을 초월하는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