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en Camino, 2011

산티아고 가는 길 D+12. 지독한 혼자. 2011년 9월 2일. Belorado > Altapuerca | 27.3 Km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또다시 잠에서 깬다. 8개의 침대, 작은 편에 속하는 이 알베르게에서 꽤나 편한 휴식을 취했다. 어제 얻은 극도의 피로감과 코고는 사람이 없는 행운이 만난 덕 일 것이다. 케샤와 함께 주방에서 일회용 스프를 끓여 먹는다. 아침저녁으로는 꽤나 쌀쌀해 따뜻한 음식이 절로 생각난다. 준비해 둔 음식이 없어 스프로만 끼니를 때우고, 같은방을 쓴 스페인 가족과 인사를 나눴다. 대부분의 스페니쉬들은 스페인어만 사용한다. 하지만 낯선 동양인 여자에 대한 엄청난 호기심으로 많은것을 물어보려 늘 애를쓴다. 정말 힘들게 대화라고 할 수도 없는 단어의 나열을 주고받고는, 부엔카미노로 끝낸다. 그네들에게는 이 조그만 동양인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11. 무지개 같은 사람. 2011년 9월 1일 Santo Domingo de la calz > Belorado | 23Km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밤이다. 휴식을 취하지 못한 내 몸은 오늘을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되지 않았다. 무겁게 늘어지는 육체, 그보다 더 무거운 마음이 나를 짓누르는 아침이다. 안토넬로는 응징을 받아야만 했다. 아침부터 우리 모두는 안토넬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한숨도 못잔 나와 까뜨린, 그리고 발로 몇번이고 위를 쳤다고 하는 루이스, 그리고 바닥의 아나이즈까지. 우리의 불만은 엄청났고, 순진한 이탈리안 청년은 미안함과 민망함에 얼굴이 한껏 붉어져 있었다. 놀라운 것은 안토넬로는 그 전까지는 자신이 코를 곤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밤을 함께 보낸 수많은 사람들 중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10. 폭풍내음 2011년 8월 31일 Najera > Santo Domingo de la calz | 21.2Km "부에노스 디아스" 소곤대는 아침인사소리에 잠에서 깬다. 우리 일행 여섯명과 다른 순례자 두명이서 쓴 8인실 방은 아주 훌륭했다. 상쾌한 아침이다. 씻기위해 서두를 필요도 없다. 사설 알베르게의 달콤한 맛을 만끽할 수 있었던 아침이었다. 까뜨린이 우리의 아침을 챙기기 위해 주방의 냉장고로 향했다. 그리고 어이없는 웃음이 이어진다. "Oh my god ! We forgot about it ! " 그녀가 들고온 것은 어젯밤에 먹기위해 사 놓은 맥주와 레몬쥬스, 그리고 수박. 시원하게 먹겠다고 냉동실에 넣어둔 채 깜빡해버려 꽁꽁 얼어있었다. 박장대소, 너나 할것없이 배를 잡고 웃는다. 이것을 어떻게 들고 나를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9. Fly little bird. 2011년 8월 30일. Logrono > Najera | 28.5Km 아침 일찍, 나와 산드라 그리고 한 부부가 같이 사용하던 성당의 조그만 방의 안쪽 사제실에서 잠을 자던 루이스가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나에겐 너무 이른시간, 그리고 나는 다시 잠을 잤다. 아침을 먹기 위해 일어나서 준비를 하는 동안 루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어딜 간걸까? 기부로 제공되는 간단한 아침을 먹기위해 공동 식당으로 올라갔다. 모두와 굿모닝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도 없다. 아이세야가 나에게 혹시 루이스를 보지 못했느냐 묻는다. 보지 못하였노라 대답한다. 늘 내 곁에 붙어서 하나하나 챙겨주던 그가 없으니 좀 허전하다. 그리고 당장 말이 통하지 않는 브라질리언 산드라와 둘이서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한 기분도..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8. 과유불급 2011년 8월 29일. Los Acros > Logrono | 29.5Km 어쩐지 잠을 설쳤다. 위에 루이스가 자고 있다는게 자꾸만 의식되어 움직이는게 너무 신경쓰였던 것 같다. 그런걸 의식하면 할 수록 괜히 더 움직이고 싶고,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불편한 법. 그래도 전날 마신 와인 덕에 초반에는 아주 잘 잘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밤마다 이 분주한 곳에서 꽤나 잠을 잘 자는 것에는 와인도 한 몫을 하는 듯 하다. 매일밤 약간 알딸딸할 정도로 와인을 마시고 바로 잠자리에 드니 잠이 잘 올수 밖에. 이래서 와인은 순례자의 친구라고 하나 보다. 보통 아침일찍 나서는 젊은 친구들이 다들 마당에서 무엇인가를 먹거나, 짐을 정리하거나 하고 있었다. 나를 본 케샤가 나에게 반갑게 다가와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며 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