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처럼 매서운 겨울이다. 땅도 얼고 물도 얼고 바람도 얼었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 붙은 듯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삶은 바삐 흘러간다.
시간이 바쁜건지, 삶이 바쁜건지, 혹은 내가 바쁜건지 알 수가 없다. 셋다 같은말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떠리.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잠깐 스쳐 지나간 어떤 것이 마음에 쿡 와서 박힐때가 있다.
단어의 의미가, 그림자의 형태가, 달의 모양이, 나뭇잎의 스침이, 빛의 반사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있다.
그저 우연히 이루어지는 만남은 없으며, 어떤 만남이든 그 이유는 존재한다.
이유가 있는 만남들. 분명 어떤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되는 만남이 있고 그런 사람이 있다.
같은 자리, 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만나더라도 유독 특별하게 마음에 와 닿는 사람과의 만남은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만남의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유없이 마음이 가기도 하고, 마음이 떠나기도 한다. 둘 다 나의 의지로 조절할 순 없는 것들이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마음의 흐름은 시간만큼이나 날 당혹스럽게 하곤 한다.
어느 순간 훌쩍 다가와 있는 어제의 내일 처럼, 어느새 어딘가로 떠나버린 내 마음을 나는 붙잡을 수가 없다.
여러 종류의 만남이 있다. 모든 만남은 다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있는 만남들은 모두 소중하다.
인간의 삶의 목표가 사랑이라고 하였을 때, 내 삶의 목표를 찾았음을 깨닫게 해 주는 만남이 존재할까?
그토록 강렬한 만남은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소녀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소중한 만남은 기적과도 같은 것이어서 그저 스쳐지나갈 수 없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어렴풋한 믿음에 확신을 가지려면 그 것인 아닌 만남들은 모두 별게 아닌 만남이 되고 만다.
이유는 있는 만남이지만 내 삶의 이유는 될 수 없는 만남들. 그렇게 생각하면 또 무엇인가가 슬퍼진다.
내 삶의 이유가 될 그런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 지는걸까. 그리고 어떻게 알 수 있는걸까.
이번삶에서 찾지 못하면 다음 생으로 넘어가서 또 그 이유를 찾아 헤메이게 되는건 아닐까.
혹은 사랑을 이루지 못해 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공주처럼 나의 존재도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소중한 만남들이 많이 있다. 그 만남들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유를 찾으려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만났고 시간의 흐름에 묻혀 마음이 흘러갔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저 또 흘러가고 말겠지.
모든 만남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하지 않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이유가 있을 이 모든 만남들은 너무도 소중하다. 때론 나를 괴롭게 만드는 만남일지라도 말이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내 마음을 꽁꽁 얼게 만든 것 같다.
이유가 있을 이 만남들을 부정하려 함을 알고, 부정한다 한들 아무것도 아닌게 되지 않음도 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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