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바빠서 통화를 못할 것 같으니 먼저 자라는 얘기는
3분이면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널린 게 전화이고 3분이란 시간쯤은
맘만 먹으면 하루에 백 번도 낼 수 있으니
그게 뭐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세상에는 그 3분을 죽어도 못 낼 사정이란 것도 있는 겁니다.
배려하고 걱정하고 위로하는 것,
애정관계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더 사랑한다고 느낍니다.
상대방의 사랑은 벌새처럼 작고 약하고
어떨 땐 샤일록처럼 냉정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보살피고 끊임없이 걱정해주는 것,
3차선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어도
내 편이 되어 주리란 믿음이 더 중요합니다.
어렸을땐, 걸려오지 않는 전화 한 통,
무심히 튀어나온 악의 없는 말 한마디에도 분기탱천하고
의심하고 헤어짐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혼자서 약오르고 화나서 펄펄 뛴다고 놓쳐버린 그 사람이,
다시는 그만큼 사랑하지 못할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이쯤에서 대부분의 여자들이 의심하는
'마음이 있느냐'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허브의 분류나 크레파스 색깔 수 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마음을 다해 사랑해도, 전화기를 책상에 던져둔채 다니고
전화하다가 잠이 들고, 약속날짜를 잘 잊고,
잘때는 꼭 등을 돌리고 자야하는 사람도 있는겁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마세요.
세상에는 차에 타기 전에 의자의 먼지를 털어주고
하루에 스무번씩 상냥한 문자를 보내고
사돈의 팔촌 생일까지 다 기억하는
그러다가 결국 4천을 땡기고 도망가는 사기꾼도 널려있으니까요
매일처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하루에 열 두 번씩 전화해주지 않아도,
열흘 일정의 출장을 떠나면서 보고싶어 죽을거라고 울지 않아도,
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매일매일' 과 '끊임없이' 와 '죽을만큼' 만 헤아리다가
땅을 치고 후회하지마세요.
참 , 이건 여자들에게 하는 얘기입니다.
그러고보니 좀 미안합니다. 사랑타령만 해서
그래도 할 수 없어요. 가을이니까
- GQ에디터,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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