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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의 문제.









씁쓸하게도 이 시대의 대부분의 연애의 시작은 사랑이 아니다. (물론 모든 사랑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 낯선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을 때, 서로에게 잘보이기 위한 노력을 함과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탐색이 시작된다.  

이 사람이 과연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치밀하게 계산하고, 

상대방에게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에 아깝지 않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 어필한다. 

그렇게 서로가 적어도 손해보지는 않겠다 라는 마음이 들게 될 경우, 하나의 관계가 시작된다. 

안타깝지만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 시대의 많은 청춘들은 이렇게 관계를 시작하고 있다. 


관계가 시작되고 나면 상황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더 많이 계산하고 더 많이 탐색한다. 

내 삶에 들어온 누군가의 영역이 커진만큼 노력의 양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사랑이 생겨나 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도 하고, 사랑없이 조용히 끝나버리기도 한다. 


나이를 조금씩 더 먹어 갈수록 사랑이 점점 더 어려워짐이 실감난다. 

상대방에 대한 체크리스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가고, 평가는 점점 더 냉정해진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사랑도 정도 아닌,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의지와, 그 의지가 만들어내는 노력임을 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노력은 줄어들기만 하고, 기준은 높아지기만 한다. 



결국은 시작부터 문제였던 것이 아닐까.

 

사랑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 시대 싱글들에게 연애는 사랑과 같은 의미가 아닌 듯 싶다.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여지없이 쏟아지는 동정의 눈길들을 보았을 때 

그들에게 연애는 그저 내가 남들보다 부족하지 않다는 증명의 역할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무엇이 사랑인지도 모른채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한, 남들이 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을 해가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이런 고민을 하게 되겠지. 


'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상대방에게 맞춰주기위한 노력만 하다가 

그렇게 나를 조금씩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노력하는 관계 속에서 내 모습을 지켜내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나 자신이 오롯히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그런 나와 그런 상대방을 서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의 노력과 나의 희생이 기쁨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자. 쉽게 시작하지도, 쉽게 끝내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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