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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젊음. 그리고 참회록

 

 

1.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어졌다. 휴먼 계정으로 변경되어 있던 블로그 계정을 다시 살리고 피씨 앞에 앉은 지금, 기분이 제법 좋다. 긴 명절 연휴가 나에게 선사한 시간 덕에 간만에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하루였다.

 두 편의 영화를 연속 관람했다.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미루던 영화들이다. 명절 연휴 동안 그 두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찾아 애써 먼 길을 갔다. 보고 싶던 영화기에 찾아 가는 그 시간과 여정이 아깝지 않았고, 두 편의 영화 모두 나에게 좋은 울림을 주었다. 심장이 뛰게 하는 영화를 가끔 만난다. 첫번째 영화는 그저 따라가기만 했을 뿐인데 심장이 저며왔다. 나의 것이 아닌 삶을 볼 때 느껴지는 동정심 혹은 시기심 같은 마음이었다. 이해해주기가 쉽지 않은 사랑을 표현해 낸 감독의 연출력에 감동했고, 섬세한 감정표현을 훌륭하게 해 낸 배우들에 감탄했다. 두번째 영화는 구성은 다소 난해하고 엉성했지만 삶에 대한 연출자의 날카롭고 직설적인 표현에 마음이 저며왔다. 저 혼자 흐르는 시간 속에 어느새 달라져 버린 내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삶에 대한 공허함 또는 열정을 동시에 잘 담아냈다 생각한다. 두번째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내 삶에 대해, 내 시간들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두번째 영화 역시 좋은 영화였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은 채 하루를 보냈다고 해서 머릿속 또한 잠잠한 것은 아니다. 이런 날일수록 머릿속은 더 부산스럽다. 간만의 이러한 시간들이 지금 내게 정말 필요한 휴식이었음을, 나에게 큰 휴식은 혼자 있음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2. 우리가 쉽게 범하는 오류중의 하나가 내 인생 계획에 타인의 삶을 끌어다 넣는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가 캐롤에게 그러했고, 믹이 브랜다에게 그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 참담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아무렇지 않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이기도 한 듯 하다. 시골에 잘 계시는 부모님을 집으로 모셔 내가 좋아하는 해물찜을 먹게끔 계획한다거나, (본인들은 집에서 쉬고 계신게 더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팀원에게 한달 뒤에는 이 정도 만큼의 일을 해 놓기를 바라거나 (그 직원은 같은 일을 하기 위한 소요 시간을 두 달로 계획하고 있다) 등 생각해보면 볼 수록 다양한 사례가 쉽게 떠오른다. 내가 그러하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일한 오류를 범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내게 그러하고, 내 친구들이 내게 그러한 것 처럼.

 문득 오늘 나는 타인의 삶의 계획에 포함되어 버린 나의 미래에 작은 불쾌함을 느꼈다. 내가 그리는 나의 1년 뒤의 모습과 상대방이 그리는 자신의 1년 뒤의 모습은 엄연히 다른게 맞지만, 상대방의 미래에 포함된 나의 미래는 결코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나의 미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계획에 서로 맞춰가며 절충안을 찾아 갈 것이고, 그 것을 찾거나 혹은 찾지 못하거나 할 것이다. 만약 절충안을 찾지 못했을 때, 그 관계는 길게 지속되진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많이 경험해보았듯이 말이다. 그 여느 관계와 다를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지만 어쩐지 이번엔 의식적으로 그런 오류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미래에 타인을 내 멋대로 포함시키지도 말고, 타인의 미래에 나 또한 나의 의지가 아닌채 포함되지 않겠다는 생각.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그냥 지금 나의 현실에 더 충실하자?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럴싸한 미래를 그리고 만들어 나가며 많은 시간을 보내왔고, 많은 것들을 이루어 냈다.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 진다는 최면을 스스로 걸어가며 수없이 많은 시크릿들을 만들어 내려 애를 썼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잃었던 것들, 물론 얻은 것이 더 많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을 오르기 위해 가까이 있는 많은 것들을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서로의 인생을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는 성숙된 사랑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된 시간이었다.  

 

 

3. 그러다 문득 지금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수없이 많은 계획을 세우고 또 수정해가며 일초 일분을 그리고 하루를 바쁘고 치열하게 지내고 있지만 과연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상상속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너무 터무니 없이 지금을 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덧 서른 둘이 되어버린 지금의 내가 과연 올바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게 맞는 것인가?

 아니다. 틀렸다는 것을 나는 분명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놓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수없이 많은 핑계를 갈팡질팡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지금의 삶 또한 충분히 가치가 있고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당장 이대로 내일 죽음을 맞이한다면, 나는 많은 후회를 할 것이 분명하다. 하루하루 사는게 너무 정신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시간을 낭비하고있다. 나의 시간도 끊임없이 흘러가고 나 또한 빠르게 늙어갈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자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전혀 그러하지 못하다.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순 있겠지만, 그런 두려움으로 한발짝 물러서 있는 지금의 내가 부끄럽고 또 한심하고 그러다 또 슬퍼진다. 나를 위해, 오롯이 나를 위해 새로운 선택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시간은 지금도 가고 있으니까.

 

 

2016년 2월, 조금 용기를 내어보자 다짐해본다. 또 다시 흔들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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