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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글쓰기






어린 시절, 마지못해 일기를 쓰고 글짓기를 하고 독후감을 쓰곤 했었습니다.
두 페이지씩 매일 쓰던 일기는 결코 작은 분량이 아니었지만, 어쩔수 없이 꼬박꼬박 써야만 했습니다.

내가 즐거워서 썼던 건 결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원하진 않았지만 나는 꾸준히 글을 썼고, 글 좀 쓴다는 소리도 제법 듣곤 했습니다.
그게 끝이었습니다. 그냥 나는 글좀 쓰나부다 ~ 라고 넘기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6년간 일기를,
중학교, 고등학교 6년간은 방송부원으로 활동하면서 멘트와 영화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대학교에 가면서 부터는 그냥 소소한 일상의 기록 정도를 남기곤 했습니다.

글을 배운 이후의 기간동안, 저는 꽤 많은 시간을 글쓰는데 할애를 했구나 싶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느낌이 오는대로 썼습니다.

감성이 풍부하던 사춘기 시절에 쓴 글들은, 지금 다시 봐도 그 감성이 느껴져 새롭습니다.
일때문에 스트레스 받던 시절에 쓴 글들은 그 짜증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내가 쓴 글을 내가 다시 보는 것이니 그렇게 느껴 지는 것이겠죠 ?


예민하던 고등학생 시절, 친한 친구와 교환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사춘기 소녀들이 다들 그렇듯,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우리도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었죠.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제가 3페이지 분량의 위로의 글을 써 주었습니다.

그리고 답변으로 온 일기장에,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이렇게 마음이 먹먹해져 보기는 처음이야."

라는 글이 씌여 있었답니다.
 그 한문장의 글이 제 마음을 오히려 더 먹먹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나마 하게 된 것이 말입니다.

한동안 글쓰는 것에 대한 욕망을 잊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책을 꼭 써야지..
라는 조그마한 불씨를 마음속에 품어 놓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요즘은 계속해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쓰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지금의 나의 인생에서 
글을 정말 잘 쓰고 싶다고 갈구하는 것은 뭔가 어울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 마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이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갑갑한 지금의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명분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글이 좋은 글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탁월한 문장력과 개성있는 문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

좋은 글의 기준, 아무래도 잘 모르겠고 어렵네요.
저는 다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써 보고 싶을 뿐이니까요.


일단은 꾸준히 써 봐야 겠습니다.

누구하나 봐 주는 사람은 없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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