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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라이프/glowing day

두번째 날





아침에 눈을 떴다,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다.


내 생각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어쩐지 배가 고프지 않아 아침부터 그냥 굶었다. 
몇주간 포식했던 내 위는 배고픔을 느끼고 싶었나보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손톱이 긴게 걸리적 거린데 손질하기는 귀찮아서 네일을 받으러 가야지.. 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예약을 안하면 안된다고 한다... 아놔.. 아침부터 한가한 여자들이 많은가 보다. 


일단 약속장소로 향했다. 

서울로 가는 버스에서 전화가 한통 왔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백수 딸이 어지간히 걱정이 되신가 부다, ㅎ
약속있어서 나간다고 하니 뭘 그리 바쁘냐 틱틱 대신다.

회사 그만둔다고 선언을 하고 난 뒤로부터 잔소리가 엄청 늘었다,ㅎ
물론 말하는 사람은 걱정이고, 듣는 사람은 잔소리인 그런 말들 이지만 :)

요즘 요가를 두개나 다니면서 정신수양에 몰입중이신 우리 엄마,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셨나보다. 

걱정스럽다고, 그래도 지금 내가 한 이 선택이 내 인생을 더 잘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면 좋겠다는 그 말, 철없고 덜렁대고 주의력 부족한 막내딸이라 너무 걱정스럽다는 그 말,



엄마가 생각하는 것 만큼 나 생각도 없고 부주의 하지 않다고 말했다가 비웃음만 샀다. 

" 엄마 나이 되서 봐라, 그래야 니가 지금 엄마 마음을 이해 할거다. "

결국 사람은 아무리 말해봐야 자기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한번 겪어보자는 결론이 났다.
너도 한번 겪어보라고 엄마는 말을 했지만 그 속의 걱정과 염려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마음, 그 사랑을 이해하고 또 이해한다. 이런 내 마음을 엄마도 알아줘야 할텐데 ...
그래도 어쩐지 엄마가 정말 진심으로 날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틱틱대면서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 성격을 몹시 빼어닮은 나에게 엄마는 정말 최고의 친구고 점점 더 그렇게 되어가는 듯 하다.
꼭 호강시켜 드려야지.

 


내 딴에는 꽤 일찍 나선다고 나섰는데, 고작 20분 정도 일찍왔다.
하마터면 늦을 뻔 했다.....

사고싶던 운동화를 사려고 했는데 다 팔리고 없단다. 그냥 대충 다른거 사서 신어야겠다. 
세군대 째 들렀는데 구하지 못했으니 그냥 포기다. 

포기가 빠른 성격, 그 것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듯 하다. 
때론 아주 유용하고 때론 아주 치명적이다. 그래도 천성이 고집스럽지 못한 나는 오늘도 그냥 포기하고 만다. 
아니, 포기가 아니고 차선책을 택한 것이라 하고싶다. 왠지 그게 더 듣기 좋다, ㅎ

 


친구를 만났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정말 특이하게 알게 된 사람들과 오래 알고 지내게 된 케이스가 몇 있는데 
오늘 만난 친구도 그 중 하나다, ㅎ 

내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들이대는 것이다. 
들이 댄다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한데, 나를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난 초면일때 가장 친절하다,ㅎ 

아무튼 알고보니 날때부터 가진게 넘친 친구여서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 친구 덕에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공짜커피도 마셔보고 발렛파킹도 해봤다. 
어떻게하면 이렇게 되냐는 질문에 한달에 백화점 한 다섯번 오면 이렇게 된다고 쿨하게 말해줬다.

좋은 친구다. 이런 친구가 한명쯤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극장엘 갔다. 쿵푸 팬더 2 를 보기로 했다. 3D로 :) 



 

아무도 없다.

평일 낮의 여유로운 극장 모습이다,  그래도 몇일전 까지 몸담고 있던 곳이라 조금 씁쓸함도 느껴졌다.
하지만 잠시후에 사람들이 제법 들어왔다. 오늘만 두번째 느낀다. 평일 낮에 한가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아이들은 지루해 할 법한 쿵푸팬더를 혼자 낄낄대며 봤다, 여유로운 그 친구는 쌕쌕거리며 편히 잠을 잤다.
 

오늘 우리가 서로에게 예약한 시간은 낮 까지 였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잠시 쇼핑을 하고 서점엘 들렀다가 헤어졌다.
깔끔하다. 나는 이런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만남을 좋아한다. 서로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친구과 헤어지고 혼자 스타벅스에서 그린티프라프치노를 마시며 143.5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5800원, 백수가 누려선 안될 사치를 또 누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나는 시간과 공간도 함께 가졌고 더불어 생각하고 정리도 했다. 이 정도의 소득이 있다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혼자 다시 서점엘 갔다. 143.5에 대한 책을 찾아 잠시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다리가 아파 그냥 바닥에 앉아서 읽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책을 보는 내 모습이 궁금해져서 몹쓸짓을 하고야 말았다.
타이머 놀이,

아 그런데 정말...

나는 이렇게 책보고 있는 내 모습이 그래도 괜찮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로다. 내 얼굴이 마음에 안든다. 쳇,

입꼬리 쳐져있다. 컴플렉스다. 평소에는 애써 웃고 있어서 봐줄만 한데

잠잘때나 책볼때, 이런 무방비 상태에서는 답이 없다. 어쩌겠는가, 생긴대로 살아야지.


어쩐지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진다.
혼자 서점에 있는건 정말 좋다.
혼자 영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매일 하다보면 지겨워 지겠지? 어쩌면 이 또한 가진 자의 행복한 투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마음에 드는 문구다.

Free yourself.

지금 내게 딱 어울리는 말.







저녁일 까지 쓰면 날 샐것 같다.
이제 고작 12시부터 6시까지 있었던 일을 적었을 뿐인데..

내일을 준비하려면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다.


하다보니 재밌다.

생각보다 쓸 말도 많다. 물론 많이 간추려 적긴 했지만...
다 적으면 무슨 대서사시 수준이 될 것 같다..



둘쨋날도 나름, 괜찮았다.

참, 중요한걸 빠뜨릴 뻔 했다.


저녁약속을 위해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사당역으로 이동하다가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어쩐지 괜찮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어쩐지 내 눈에 예뻐 보였다.

다행이다. 내 눈에 내가 예뻐보인다는건 좋은 징조인 것 같다. :)



내일도, 모레도, 쭉 .. 내 스스로가 나를 예쁘게 볼 수 있길 꿈꾸며 오늘을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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