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3일.
내게는 정말 특이하게 알게된 인연이 몇 있다.
오늘 만난 사람은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특이하게 알게 된 인연이다.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지만,
그 만남과 헤어짐에는 다 타이밍 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내가 보고 싶어도 봐지지 않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 보려고 해도 시간이 안맞아 자꾸만 못보게 되는 사람도 있다.
지금껏 몇번을 보려고 했으나 항상 실패를 하고, 3년 6개월만에 다시 만나게 된 사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시점들에 늘 그사람을 만났던 것 같다.
이 사람이 나중에 언젠가 내 인생의 큰 전환점 하나를 만들어 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아침부터 잠실로 갔다.
의도한건 아닌데 자꾸만 이른 낮에 약속이 생겨 일찍 움직이게 된다.
30층, 간만에 고층에서 보는 뷰가 시원했다.
간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렇게 친한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간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서 살아가고 또 존재한다.
요즘같은 소셜 시대에는 정말 인간관계가 그물처럼 엮여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단 둘이서, 그 어떤 엮인 관계도 존재하지 않고 정말 단 둘이서만 알고 지내는 사람이기에
편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은 나에 대한 아무런 편견이 없고, 나도 그사람에 대한 아무런 편견이 없다.
남자와 여자, 서양인과 동양인, 흑인과 백은 뭐 암튼 그런 류의 편견을 빼고 오로지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한다면,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솔하게 내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다가가면, 상대방도 그렇게 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진심을 보여주고 그것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어야 사소하지 않은 인간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고, 그렇게 우리는 친구로 지내오고 있는 중이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석촌 호수를 걸었다.
그간의 서로의 근황에 대해, 예정된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우연찮게 둘 다 7월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어 있었다. 기가막힌 우연이다.
정말 우습게도 나의 최근 근황을 들은 그 사람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어쩔수 없이 여행을 결정 한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있었다며..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 라고 괜히 또 남의 생각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역시 나는 아직 멀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 일반적인 것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나긴 했구나.. 싶다.
용감하다.. 라고 표현을 하지만, 사실 나는 굉장히 절박했었기에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짧았지만 임팩트가 있는 만남이었다. 유익하다.
오래오래 이렇게 지내자고 서로 다짐을 했다.
먼저 연락도 하지 않고 연락이 잘 되지도 않는 나에게 몹시 서운한게 많았나 보다.
나는 굳이 그 사람을 만나려 애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만났을 때 서로에게 충실하고,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지내는게 좋은데.. 고민을 좀 해 봐야 할 부분이다 이건.
각자의 스케쥴에 따라 3시쯤 헤어진 다음 나는 분당으로 가서 퇴사하면서 미처 찾아오지 못한 유레일 패스를 찾아왔다.
아직은 너무 친근하고 익숙하기만 한 동네다. 1년쯤 뒤에 다시 오면 느낌이 많이 다르겠지 ? ..
아침부터 신고 돌아다닌 나의 마법의 구두 덕에 나는 금새 지쳐버리고야 말았다.
볼일을 다 보고 돌아올때 쯔음에 확 지쳐버리는 걸 보니, 나는 긴장이 풀리거나 하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나보다.
집으로 돌아와 민트스크럽으로 발맛사지를 해 주고,
어제 새로 산 러닝화를 신고 또 서울로 나간다. 달리기 연습은 못해도 신발에는 익숙해 져야지.
저녁 약속은 대림이다. 처음 가보는 동네, ㅎ 느낌이 새로웠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나는 부지런 한 것 같다. 좋게 말해 부지런이고 나쁘게 말하면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한다고나 할까 ?
아무튼... 그 낯선 곳에서 꽤 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간만에 유쾌한 시간을 보냈지만, 잠을 거의 못잤다는 사실이 아쉽다....
과음을 하거나 밤을 새거나 하면 나는 곧잘 다리가 아프다.
몇시간 뒤에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 새삼스레 걱정된다... 어제는 그렇게 무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다시 생각이 많아졌다.
늘 그냥 스쳐지나갔던 평범한 일상들이 새롭게 보이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생각이 없어진 내 모습이 너무 걱정스러웠었는데
생각이 다시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
그게 내게 득이 되는 생각일지, 독이 되는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을 하고 느끼고 반성하며 나는 지금 껏 더 나은 사람이 되어왔다고 나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다시 이런 내가 된 것은 매우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혼자라고 느껴질때, 갑자기 너무 외롭고 세상이 무서워 질때, 어떻게 그 시간을 극복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첫째, 나는 별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외롭다는 생각도 안해본지 오래다.
둘째, 사실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한가지에 몰두하는 스타일의 성격이 아니다.
외롭다고 느끼면 외롭지 않은 일을 바로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만끽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셋째, 하지만 정말 머리가 복잡하고 힘들때 ..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떻게 그 시간을 이겨내는가...
나는 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머릿속을 하나하나 글로 표현해 낸다.
그렇게 머릿속을 종이위로 다 끄집어 낸 다음에 다시 정리를 해서 집어 넣는다. 필요 없는건 지워버린다.
그리고 나는 내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찾아낸다.
늘 그래왔던 것 같다. 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
왠지 멋진 스트레스 해소법 인 것 같다.
어쩐지 자화자찬이 느는듯한 요즘이다. 이것도 그냥 좋은 징조로 받아 들이고 넘어가야겠다.
원래 자뻑빼면 시체인 나였으니까, 많이 약해졌던 내가 원래의 내 모습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젠 눈을 잠깐 붙여야겠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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