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타는 버스를 좋아한다.
까만 창, 가로등 불빛, 가끔씩 비치는 내 모습.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 그리고 나의 하루를 정리해가는 그 시간을 좋아한다.
긴긴 하루를 보낸 듯한 느낌.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루에 있었던 일들은 아니지만 어쩐지 긴 하루를 보내고 마무리 하는 기분이 든다.
내가 앞으로 걸어 갈 길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걸어온 내 길과는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
많은 사람을 만난 한 주 였다.
함께한 시간이 긴 사람들도, 꽤 오래 만난 사람도, 그리고 아주 짧은 사람도 만났다.
많은 곳을 갔고, 많은 대화를 했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너무 많이 일어났던 일들로 인해 내 마음은 평화를 원하고 있다. 평화.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는 것이 지금 나에게 더 편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론 시간과 비례하여 쌓여있는 서로에 대한 방만함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요즘은 자주 내가 느끼는 것들에 비추어 나를 돌아보곤 한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가 ?
확신을 갖진 못하겠다. 내가 보는 나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일 수 밖에 없을테니.
여전히 나는 몹시 이기적이다.
내 위주로 생각하고 모든것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길 원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꽤나 못마땅해한다.
거침없는 표현은 예로부터 내가 지니고 있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예전만큼 말을 쉽게 꺼내지는 않지만, 마음은 아직 통제할 수가 없다.
모든 생각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내 머릿속은 너무나 복잡하다.
이해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 그리고 그른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이해를 외치면서도 왜 나는 이해를 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그들은 나를 이해하는가.
이런 식이면 나는 결국 혼자 살아야 할 것 같다.
혼자, 혼자가 된 시간이 이젠 제법 된 것 같다.
혼자인것이 아직은 힘들진 않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지금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일수도 있다.
문득 한번씩 그사람이 생각난다. 저 먼 기억속 아련함으로, 그리고 내 명치끝의 통증으로 남아있다.
한번씩 날 떠올리기는 할까?
우리의 지나온 긴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 과거의 시간에 대한 허무함.
허무함, 혹은 무던함 또한 시간과 비례하는 걸까?
추억의 부스러기를 혼자 긁어 모으다 보내지 못한 메일함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누구에게 말하지 못한 내 진심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메일들을 내가 보냈더라면, 그랬더라면 지금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까?
명치끝이 아파온다. 너무도 명백한 이유, 내 선택이 나를 위해서는 옳았음을 알게 해준 것들.
꽤나 긴 시간을 혼자 아파했음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나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고 그는 몰랐다.
그러한 마음을 이야기 했었음이 옳았던 것은 아닐까. 이제와서 무슨 소용있겠냐만은.
돌이킬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돌이킬 마음도 없다.
캘린더의 지우지 못한 D-Day를 지워야겠다. 모든것이 지워지진 않겠지만.
가슴속에 묻어놓은 말, 보내지 못한 메일함.
밖으로 꺼내버린 말들로 쌓이기도 하고 풀리기도 하는 오해들.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 그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 ?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단순하게 살기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해야겠다.
보름달이 떴다. 둥글고 환한 보름달을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꽤나 많은 추억속에 들어있는 보름달, 괜찮다고, 난 언제나 니편이라고 웃어주는 듯 하다.
아, 알겠다. 오늘 밤 내가 이렇게 센티한 이유.
보름달이 떴기 때문이다.
복잡한 내 머리를 기대게 해 줄 어깨가 없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눈빛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아직도 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찮다.
내일부터는 보름달이 조금씩 작아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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