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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벌써 일년



내게는 특별한 일주년 기념일이다. 



제헌절, 7월 17일, 그리고 27살의 내가 그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은채 

나만의 의지로 회사를 그만두고서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날. 


두고온 모든것들에 대한 미련에 출국심사 후 혼자 몰래 눈물을 닦았고,

두려움과 설레임이 뒤섞인 묘한 기분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런던으로 가는 그 긴 시간을 뜬 눈으로 지새우고, 

말도 안되는 이미그레이션으로 히드로 공항에서 녹초가 되고, 

힘겹게 찾아간 호텔 로비에서 직원과 언쟁을 벌이고 새벽 4시에 체크인을 했던 그 길었던 하루. 


그 날의 기억들이 아직도 내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산티아고. 


여행을 위해 떠난 것이 아니었다. 

나를 찾기 위해, 내 인생에 대한 답을 스스로가 찾을수 있기를 고대하며 떠난 방랑이었다. 

 

결국 나는 그 답을 찾지는 못한채 돌아왔고, 여전히 그 답을 찾아 헤매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 전의 삶과는 많이 다르다. 

내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고, 나는 예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살아가는 중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든 면에서 나는 일년전과 달라져있다. 


그런 나의 변화들이 마음에 든다.


세상을 향해 마음이 아주 조금 더 열린 것 같고, 

나 자신에게 한층 더 관대해졌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마음을 내려놓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나를 몹시 사랑하고 있다. 그 사실 하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년의 시간들은 내겐 너무나도 소중하다. 

내 삶의 매분 매초가 다 그러하겠지만, 지난 100일간의 여행부터 그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은 유독 각별하고 애틋하다. 


두렵기도, 설레이기도,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고통스럽기도, 즐겁기도 한 시간들. 우리 삶이 다 그러한 것들의 연속이지만 말이다. 


내가 오롯이 나로써 존재할 수 있었던 시간들. 

나의 것이 아닌 듯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는 그저 나로써 존재했다. 내 것이 아닌 듯 했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런 기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스스를 더욱 존중해주며 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로인해 더 힘든 부분도 많이 있다. 지금의 고통에 대한 당위성을 스스로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 유일한 괴로움이다. 


모든 것을 그리워 하고 있는 나도, 지금을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는 나도, 후회하고 한탄하고 괴로워 하는 나도, 

모두 그저 나의 일부일 뿐이다. 너무도 제멋대로인 나지만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지금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많은 것을 계획하고 돌아왔지만 예기치 못한 여러 상황들에 계획은 조금씩 수정되어야 했다. 


음.. 아니다. 

돌이켜서 생각을 해 보면 이 수정된 계획들은 어쩌면 내가 몹시도 원했던 바람들 중 하나인 듯 하기도 하다.  


결국은 이 모든 것 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겠지. 




돌아와서 하겠다고 체크한 10가지 리스트 중 3가지는 이루었고 한가지는 아직 진행중이다. 

나머지 6개의 리스트는 언제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늘 스스로에게 되새겨 줄 것이다. 



새로운 꿈도 아직 꾸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실현이 될 그 날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꿈을 꾼다. 



1년이 더 지나든 10년이 더 지나든, 매년 7월 17일이면 27살의 나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27살때와는 많이 달라진 그 시간의 나를 돌이켜보게 되겠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미쳤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나에겐 단 한치의 후회도 없는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던 일년 전 그날에 감사하며,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들어 나갈 나의 미래를 축복하며,



그렇게 또 다른 꿈을 꾸며 오늘을 마무리 해야지. 





PEACE&LOVE, 그리고 more than yeste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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