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것은 무뎌지게 되어있다.
종잇장도 베어내던 날카로운 칼이 무도 썰지 못할만큼 무뎌지듯이,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 앞에서 무뎌져버린다.
이 사람이 아니면 죽을것 같던 인연도 결국은 남이 되어버리고,
행복한 순간은 금새 끝이나며, 불행한 순간도 어느새 사라진다.
이 것이 아니면 절대 안될것만 같지만 결국은 절대 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만다.
결코 참지 못할 것 같던 수많은 일들을 참아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고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서 불가피한 변화들 앞에서 당황하곤 한다.
그 엄청난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의 의지는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것 없는 지를 알게되어 좌절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모든것을 단념하고 체념한채 그렇게 무뎌진 채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삶도 흘러가고 있다.
붙잡아 놓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으며 뛰어넘거나 되돌릴 수도 없다.
그저 그렇게 흐름 속에서 무뎌져 갈 뿐이다.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무뎌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