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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시간.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속속들이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함께 하더라도 정확히 알아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의 그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어차피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첫 만남에서 얻게 된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서 그 이미지 대로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 


가령 첫 만남에서 아주 나쁜 인상을 준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닌가? 잘못봤나?' 싶다가도 어느 순간 '역시. 그럴줄 알았어. ' 로 바뀌어 버리기 십상이다.

반대로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나쁜짓을 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 라며 관대해지게 되곤 한다.


첫인상이 아주 나빴던 사람과 관계를 지속하게 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일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때,
정확히 말하면 '뭔가 저 사람은 나에게 도움이 될 거야 .' 라는 생각이 들 때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관계를 이어나간다.

그 관계가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계가 득과 해의 갈림길에 섰을때 우리는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이 선택은 굉장히 극단적일 수 밖에 없다. 얻거나 잃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득을 바라고 지속해온 관계를 끊기로 결정했을 때, 그 시간에 대한 상실감은 제법 크다.

선택에 대한 후회보단 그 과정에 대한 후회가 더 큰 법.



왜 진작에 끊지 못했을까?

무엇을 바라고 있었던 것인가?



최악의 경우는 그 모든 과정과 결과들이 지금의 나를 너무도 괴롭게 할 때 이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없던일로 하고싶지만 그런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지나온 시간을 한웅큼 쥐어다가 내 머리 밖으로 던져 버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이런 일은 모두에게 꽤나 빈번히 일어나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특권.

그 특권에 오늘도 누군가는 울고 있겠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생각하지 않을 뿐이지 잊을 순 없는 것이리.

다만 같은 일이 또 다시 생기진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긴 힘들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생각으로 나를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같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오만일 뿐.


조금 더 마음을 닫고
조금 더 두려움을 갖고
조금 더 신중해져야겠다.


그 조금이 나를 조금이나마 방어해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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