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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시간이 없다는 핑계





세상에서 가장 대기 쉬운 핑계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시간이 없어서 연락하지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만나지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일도 못하고, 사랑도 결혼도 못한다.  


모든 것을 시간의 탓으로 돌리기는 너무도 쉽다. 

시간은 대답하지 않아 증명될 수 없으며, 그 불분명한 핑계 앞에서 사람들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게 된다. 

그 애매한 핑계를 모두 믿진 않는다. 반절쯤 신뢰가 가는 그 대답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해석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투고 또 인연을 없던걸로 만들어 버리고 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내가 말해왔던 그 수많은 "시간 없음"에 날 떠난 사람들, 아니 내가 놓아버린 사람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각자 한웅큼씩 가지고 있을 그 "시간 없음" 으로 흩어진 인연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로 시간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말했고, 그 뿐이다. 


시간이 없는 것과 시간을 낼 수 없는 것. 

시간을 내지 못한 것과 시간을 내지 않은 것. 


그 것들은 엄연히 다르지만 "시간이 없어서" 라는 한 문장으로 표현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없어서"는 그리 나쁘지 않기도 하고 아주 나쁘기도 하게 되는 것이다. 

결코 좋을 순 없다. 

시간이 없다는 대답은 좋은 상황에서 나오는 변명이 아니므로 나쁜것과 덜 나쁜 것, 그 둘중에서 하나만을 의미할 뿐이다. 


"시간이 없어서" 라는 대답은 나쁘다. 결론을 내릴 주체를 상대방으로 떠넘기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지 못한건지 내지 않았는지에 대한 나의 정확한 상태를 표현하지 않으며, 이유에 대한  답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너무도 이기적인 시간없음에 대한 해석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대답이다.

어설픈 자기보호, 너무도 흔해빠진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이젠 모두에게 너무도 익숙해지고 말았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몇번이고 "시간이 없어서" 라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 시간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상황을 원망하고 회피하면서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야했던 모든 상황들이 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음을 말하지 않았다. 


별 것도 아닌 이메일에 밀리고, 그리 달콤하지도 않은 휴식에 밀린, 

내가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댄 그 상황들과 사람들 또한 어찌 생각해보면 몹시 소중한 시간이고 사람일 수도 있다. 

그 모든것을 다 신경쓰고 살 수 없으니 조금은 이기적이게 되도 괜찮다는 자기 위안 속에서 

뒤로 미루어진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나 자신의 이기심에 대한 한심함이 동시에 든다. 

적어도 그런 핑계를 댈 상황을 만들지 말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것을 다 생각하고 제어하면서 살다보면 내 머릿속은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유독 생각이 많은 나란 존재는 이렇게 오늘 하루도 보내고 말았다. 


여전히 잘만 흐르는 시간속에서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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