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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이를 악물고.





1.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요 최근 유독 자주 찾아온 그 느낌. 

이제 한번쯤 터질때가 되었나 보다 싶다. 이를 악물어야 이겨낼수 있는 상황이 찾아오는 빈도수가 부쩍 잦아진 걸 보니 말이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일도 아닌 일들이다. 

그저 이겨낼 준비가 안된 내 마음이, 아니 이겨낼 생각이 없는 내 마음이 문제일 뿐이다. 


난 정말 욕심쟁이 인 것 같다. 아무리 아닌척 하려해도 내 마음은 아닌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음을 안다. 


백번 천번 생각해서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겨우 찾아냈고, 그 길은 만번 더 생각해봐도 옳은 길이었다.

하지만 왜 옳지 않았을 것 같은 길 위에 내 마음의 한 부분을 남겨두고 온 듯한 기분이 드는걸까? 

그 길을 걸어가는 내 모습을 상상했던 시간만큼, 그 길었던 시간만큼을 되돌리기엔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했다.

애써 나를 그 길에서 되돌려 다른 길로 데려다 놓았지만, 온전한 나를 데리고 오지 못했나 보다. 

온전한 나를 데리고 올 시간이 아마도 부족했으리.  


어쨌든... 나는 온전하지 않은 나를 온전한 나로 다시 만들어야 하기에, 그렇기에 다시 입을 악물어본다. 


내뱉지 말아야 하는 아쉬움따위 다시는 입 밖에 나오지 않도록. 




2. 


나를 온전히 내려놓은 채 나로써 그저 있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요즘이다. 마음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아마 글을 안써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에 둘도없는 내 편이기에 더 냉정하고 차갑게 나를 채찍질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들 앞에서, 

여러번 이를 악물어야 했다. 얘기를 할 수도 없었고 얘기를 들을수도 없었다. 

물론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다. 아직 시련이 끝나지 않은 듯 내게 닥쳐온 예기치 못한 힘든 상황들 앞에서 

나는 무방비상태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 같았다. 빗물에 눈물도 씻겨가면 좋으련만.

하지만 소나기가 아니었기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악물어야 했다. 


왜 울어버릴 수 없었을까 ? 


울 순 없었다. 나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그 마음 앞에서 내가 이를 악물어야 했던 이유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기에. 

그 복합적이고 오묘한 감정의 흐름을 설명할 재주가 나는 아직 없다. 


어릴때부터 그랬다. 유독 눈물이 많았던 나는 다양한 이유 때문에 눈물을 흘리곤 했었는데 그 이유들을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했다.

내 감정이 흘러가는 그 복잡다단한 과정에 대해 누구도 설득시키지 못했다. 

내 눈물은 주로 이해받지 못한 채 혼자 내버려져 흐르곤 했었다. 아주 어릴적에 말이다. 


악에 받쳐 내뱉지 말았음이 나았을 몹쓸 말들을 내뱉았다. 

날카롭고 뾰족한 바늘 같았다. 내 입밖으로 나갔던 몹쓸 말들이 바늘이 되어 내 목구멍에 꽂힌다. 

되돌리고 싶지만 되돌릴 수도, 주워담을수도 없다. 왜 그토록 날카로워야 했던가? 


그저 내게 펼쳐져 있던 다양한 상황들이 내 마음을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있었을 뿐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아.. 마음이여. 갑자기 왜 이토록 나약해졌는가? 


결국 나는 아무곳에도 기대지 못했고, 그렇게 다시 혼자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3. 


무엇을 기대했던 것인가? 


사실 내가 딱히 기대했던 것은 없다.. 라고 얘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나보다. 

그랬기에 이렇게 아쉬움도 크고 실망도 큰 것이리. 


내가 준 마음의 크기보다 더 큰 마음을 돌려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일까, 

나의 작은 마음의 댓가로 너무 큰 마음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온전히 주기만 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나는 온전히 주지도 못했으면서 너무 큰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내가 기대했던 건 '그게 그렇게 어려워?' 라고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의 따뜻한 마음이었지만 

어쩌면 그 것은 지극히 이기적이고도 높은 나의 기준에 맞춰져 있어 내게만 사소한 마음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과했으리라. 나의 이기적이고도 높은 기준에 맞춰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많이 낮추고 낮추고 낮췄다 혼자 생각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라는걸 알면서도,

그렇게 아닌척 하면서 나의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던 것이리라. 


참 어렵다. 사람의 마음이 어렵고, 나의 마음이 어렵다. 


그저 가만히 있기나 했음 더 나았을 것을. 




4. 


나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은 하지 않음이 옳다. 

내가 바랬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나는 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 상황들이 자꾸 꼬여만 갔다. 다신 풀 수 없으리라 생각 될 만큼 일을 꼬이고 꼬여만 갔다. 


나쁘다. 참 나쁘다 얘기했지만 과연 나빴던 것은 누구였던걸까? 


모두가 힘들어져버린 이런 터무니없는 결론 앞에서 착한 사람으로 남겨진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가 가해자이고 모두가 피해자이다. 그렇게 각자의 상처를 안고 아무일도 없었던 양 살아간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아프고, 모두가 힘들다. 



이 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내가 나의 2014년을 스스로 힘든 시간으로 정의해 버린 것의 시작. 


나쁜 생각은 계속 나쁜 생각만 낳았고, 삐뚤어져 버린 마음은 모든 일을 삐뚤어지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 자신도 자꾸만 삐뚤어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금 나의 2014년이 삐뚤다. 



이제 그만 삐뚤고 싶다. 그냥 삐뚤어 지고 싶어 내버려뒀던 지난 두 달을 반성하고 이제 다시 올바르게 서고 싶다.  


모든 것은 나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안다. 있었던 일이 없었던 것이 될 순 없다. 

그 때도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예전으로 되돌릴 순 없겠지만 예전과 다른 올바름을 만들 순 있다. 

이제 그만 나를 괴롭히고 다시 되돌려 놓을때가 된 것 같다. 그럴 때가 된 것 같다.


이를 악 물필요 없이, 그저 다시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두고 싶다. 


너무 애쓰지 말자. 하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해지지도 말자.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이 나라는 것을 깊이 그리고 오래 간직하자.



그렇게 다시 여름이다. 그러고보니 늘 여름을 앞두고 나는 삐뚤어지곤 했었던 것 같다. 

푸름이 무성한 나뭇잎과 귀를 한가득 채우는 매미소리가 넘치는 계절,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계절. 



반듯하게 다시 일어서서 그렇게 여름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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