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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나비











나비가 날아다닌다. 


어쩐지 간만에 마주친 듯한 나비가 반갑다. 
어디로 갈 지 예상할 수 없는, 재빠르고 팔랑거리는 그 몸짓이 왠지 산뜻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프쉬케 이야기를 읽고난 뒤 부터, 나비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갖게 되었었다.
아름답고 또 신비한 그런 무엇인가가 나비속에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팔랑이며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면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어디로 날아가나 지켜보게 된다.
요 몇년간은 나비를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온천천에는 적어도 수십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리듬체조의 리본처럼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나비의 뒤를 따라 나도 팔랑팔랑 날아다니고 싶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나비가 되어본다. 팔랑 팔랑 내가 사는 이 세상을 날아 다닌다.
머릿속은 오로지 향기로운 꽃들로 가득 차 있고, 시원한 바람이 날개를 부드럽게 간지럽힌다.
바람을 느끼며, 바람이 이끄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둔다.


바람이 되어본다. 천천히 나가기도 하고 빨리 뛰어 가기도 한다. 
사람들의 옷깃이 흔들리고 나무들의 잎들이 살랑살랑 인사를 한다. 
바람이 안통하는 건물을 지나친다. 방 안에 갇혀있던 공기들에게 넓은 세상을 만끽할 기회를 준다. 


공기가 되어본다. 무한한 자유. 이 세상을 모두 감싸고 있다.
숨을 쉬는 사람들의 몸 속으로 들어가 맑은 공기로 가득 채워준다. 기쁨도 가득 채워준다.  
콧구멍을 간질간질 간지럽힌다. 공원에 누워 낮잠을 자던 사람이 기분 좋은 재채기를 한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따사롭다. 


햇살이 되어본다. 세상 모든 곳을 환하게 비춰준다.
잠자던 아기의 얼굴을 창문을 통해 비춰본다. 좋은 꿈을 꾸는지 천사같은 미소를 짓는다. 
아기의 미소를 보고있던 사람들도 미소를 짓는다.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진다. 
 


나는 나비이고 바람이고 공기이고 햇살이다.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 다녔다.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불현듯 꿈에서 깨어났다. 깨고 보니 나는 나비가 아니었다.
아까 꿈에 나비가 되었을 땐 내가 인간인지 몰랐다. 깨고 보니 나는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인간인가 ?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

[장자, 제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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