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complete

인연이 아닌 사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껏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가장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한 사람이 있습니다.

17살, 아무것도 모르던 그 순수한 시절 마주친 그 아이.
첫눈에 반했다 라고 표현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정말 소울메이트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우린 항상 함께 다녔습니다.

함께 수업을 땡땡이 쳤고,
함께 독서실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멀리 여행을 가기도 했고,
서로의 집앞에서 한시간씩 기다리기도 했고,
함께 콘서트도 가고,
함께 코스프레도 하고,
함께 영화도 찍었습니다.

여느 여고생들과 다를바 없는 그런 단짝이었죠.

그렇게 함께 고작 일년 반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는 그 친구는 제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처음에는 꾸준히 연락을 했습니다.
거의 매일 전화를 했고, 편지도 주고 받았고, 메일도 주고받았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요 ?
시간이 흘러 가면서 서로의 일상을 서로가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고,
연락 하는 횟수는 점점 뜸해졌습니다.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 였는데 말이죠..


3년만의 재회에서, 우리는 웃으며 서로를 반기긴 했지만
그 이상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서로를 완벽히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어정쩡한 시간만 함께 보내고 말았죠...

그렇게 또 서로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그만
연락이 끊겨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찾을길이 없었죠.
하지만 내 마음속엔 언제나 따뜻함으로 기억되고 있었고,
언제든 다시 만나면 예전처럼 그렇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 친구를 꼭 만나리라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몇년이 더 지나고 나서 우리는 다시 연락이 닿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외국엘 나갔다 왔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아직 학생이고, 저는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서울에 있었기에 이제 마음만 먹으면 만나지겠구나.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만나려고 약속만 하면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겁니다.

감기가 걸리고, 할머니가 편찮으시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렇게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걸까요 ?
아니면 더 큰 감동을 주기 위해 잠시 더 시간을 끄는 걸까요 ?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번이 세번이 되고..
금방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친구를 계속 못보게 됩니다.

혹시나 우린 인연이 아닌걸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스쳐 지나만 가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서로를 찾고 있는 우리는 왜 인연이 아닌것 같을까요 ?



사실 조금 걱정도 됩니다.
서로를 모르고 지내온 지난 9년의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긴 것만 같습니다.


과연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렸던 9년의 시간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




- 20101228, 돌아가신 친구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incomple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행복하기  (0) 2011.02.09
생각 버리기 연습  (0) 2011.02.09
솔직하기  (0) 2010.12.21
  (0) 2010.12.07
멀리 날기.  (0) 2010.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