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금정산 장전동 입구 -> 북문 -> 고당봉 -> 금샘 -> 범어사
소요시간 : 5시간 30분
오랜 시간동안 걷기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 걷고 등산하면서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등산 하기가 몹시 힘든데, 오늘은 날씨가 무척 흐렸고
이렇게 흐린날 등산을 가야 한다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일기예보에 분명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으나.. 별 생각 없이 우산 두개 딸랑 챙겨들고 ..
맛있는걸 사 먹자고 도시락도 없이 출발 !
우여곡절의 시간을 보내고, 힘들게 1차 정상인 북문에 도착했다.
산 정상은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리무중, 정말 그 말이 딱 맞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우산이 있어도 별 필요가 없다.....
시원했다. 비 맞고 바람 맞고, 왠지 모르게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중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 하마터면 정상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갈뻔 했다.
여기까지 온거, 이미 다 젖은거,
목적한 바는 이루고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에 다시 고당봉을 향해 전진 !
그냥 내려갔었더라면 정말 후회했을 듯 하다.
다행스럽게도 비는 잠깐 오다 그치고, 또 잠깐 오다 그치고를 반복했다.
안개는 계속 자욱하게 껴 있어서 경치는 하나도 볼 수가 없었지만, 온통 하얀 세상 위에 서 있는 기분도 색달랐다.
밑도 끝도 없는 안개의 바다.. 그 속도, 그 깊이도 알 수가 없다.
쏟아지는 비에 샤워를 한 풀들이 싱싱하게 피어 올라, 물기를 가득 머금고는 이제 일어났다고 기지개를 켜는 듯 했다.
눈이 부시게 빛나는 그 푸르른 빛깔에 내 마음도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정상인 고당봉에서 비도 맞고, 금샘을 보려고 바위도 타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했다.
앉아 쉴 수가 없어 정말 계속 걸어야 했고,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상쾌하고 즐거운, 그게 바로 등산의 묘미가 아닐까?
많은 얘기를 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늘 고민하지만,
안개속에서 길을 헤매이고 있는 듯한 기분일 뿐이다.
확실한 건 하나도 없고, 두려움은 크기만 하다.
계단을 오르고 있다.
그 끝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다리도 아프고 내려가서 쉬고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올라간다. 올라가면 또 내려와야 하겠지만, 그래도 올라간다.
끝이 어딘지 몰라도, 안개 속에 뭐가 있는지 몰라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앞으로 나아간다.
다시 돌아오더라도,
그 속에 무엇이 있는 지는 알 수 있을 테니까..
"명심해, 사람들이 후회하는 건 인생을 살면서 해보지 않은 일들 때문이지, 한 일 때문은 아니야." - 영화감독 토니 리처드슨
후회 없는 선택이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후회는 따라오기 마련이고, 그 아쉬움과 미련 때문에 힘든게 우리 인생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가능한 한 후회가 적을 선택을 하는 것 그리고 내 선택이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