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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가는 길 D+33. We don't know 2011년 9월 23일. Pedronzo > Santiago de Compostella | 20 Km 여느때보다 개운한 아침이다. 내 몸은 오늘이 산티아고를 향한 마지막 걸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마지막 여정을 위한 최상의 컨디션,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이는 듯한 아침이다. 설레임 반, 두려움 반. 어쩐지 묘한 기분으로 숙소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바에서 모닝 커피를 마신다. 마지막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투나와 토마토, 그리고 핫소스를 넣은 우리만의 샌드위치. 날씨가 흐리다.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한 것을 보니 비가 쏟아질 것만 같다. 희뿌연 안개를 뚫고 산티아고를 향한 마지막 걸음을 내딛는다. 페드론조를 벗어나니 산길로 바로 시작된다. 축축한 숲의 내음이 내 마음을 저 아래까지 끌어내리는 듯 하..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32. D-1 2011년 9월 22일.   Castaneda    >   Pedronzo   |   25 Km  내 집에서 자고 일어난 듯이 편안하고 개운한 아침이다. 딱딱하고 좁은 이층 침대가 아닌 집에서 쓸법한 폭신한 침대와 얇은 침낭이 아닌 포근한 면이불. 조용하고 아늑한 방과 그 방을 가득 채운 따뜻한 에너지. 그리고 부스럭 거리는 다른 순례자들도, 빨리 나가라 재촉하는 듯한 호스피탈레로도 없는 아침은 여느때보다 여유롭고 편안했다. 아틸라는 벌써 일어나서 씻으러 나간 듯 하다.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기지개를 켠다. 침대위를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보니 갑자기 내가 순례자가 아닌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길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친구집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난 듯한 아침. 시계를 보니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31. God speed is your speed 2011년 9월 21일.   San Xulian    >   Castaneda   |   24 Km  춥다. 코끝이 시려와 잠에서 깼다.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이다. 혼자 가만히 몸을 뒤척여 본다. "지니."내 움직임을 느꼈는지 아틸라가 조용히 나를 부른다. 무슨일이지 ? 그를 보기위해 침대 밖으로 나갔다. "컴온. "그가 그의 침낭속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한다. 춥기도 추웠고, 어제의 거절도 떠오르고,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에 그의 곁으로 올라갔다.나무로 만들어진 2층 침대는 내가 올라감에도 전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좋은 침대를 가져다 놓은 알베르게 주인의 배려가 고마웠다. 그의 온기가 확 나를 감싼다. 따뜻하다. 그의 오리털 침낭은 가벼운 것에만 신경 쓴 나의 폴리 침낭과는 비교도 안..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30. 레이어 2011년 9월 20일.   Portomarin    >   San Xulian   |   28 Km  "엇 ! 현석아. 정말 오랫만이다. 어떻게 지냈어? " 나의 옛 친구가 나를 보며 웃는다. 간만에 보는 얼굴이라 너무 반갑다. "안녕."나를 향해 말을 하는 그의 입이 이상했다. 거미줄이 쳐 진 것 처럼, 입을 세로로 실로 꼬매놓은 것 처럼, 그의 입은 정말 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악. 현석아 너 왜그래 ? "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도 이상하다. 기타를 치던 길고 가늘던 그 손가락들은 개구리의 손처럼 갈퀴가 생겨 있었다. 다시는 기타를 칠 수 없을 것 같은 손이 되어버렸다. 눈물이 났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 ? "대체 무슨일이야 ? 너 왜이래 ? " "걱정하지마. 난 지금 편안해..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29. 대단한 사람? 2011년 9월 19일.   Sarria    >   Portomarin   |   21.5 Km  어둠 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이그나시오가 먼저 출발하는 것 같다. 아틸라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자고 있는 듯 하다.나도 다시 돌아누워 잠을 청한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조금 많아졌다. 눈을 뜨고 슬슬 일어 날 준비를 한다. 정말 추운 밤이었다. 담요 3장으로도 새벽녘엔 꽤나 추웠으니 말이다. 나의 얇은 침낭 하나로는 어림도 없었을 추위다. 추위덕에 내 가려움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부지런히 바른 약과 칼슘 덕일지도 모르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아틸라와 눈이 마주친다. 굿모닝. 아틸라가 내게 자기 곁으로 올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응? 거길 올라오라고 ? 침낭과 담요속에 파묻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