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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가는 길 D+28. 손 2011년 9월 18일.   Triacastela    >   Sarria   |   21 Km  눈을 떴다. 내 눈은 나도 모르게 아틸라의 침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자고 있는 것 같다. 몇몇 순례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나는 자리에 누워 늘 하던 대로 스트레칭을 한다. 다시 아틸라를 보았다. 그는 옆으로 돌아누워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굿모닝' 뻐끔거리는 입이 아침인사를 한다. '굿모닝' 나도 뻐끔거린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고 일어나 첫 발을 땅에 딛을 때는 꽤나 고통스럽다. 다리가 얼얼하다. 물집들은 괜찮아 졌지만 발이 전체적으로 얼얼하고 뻑뻑하다. 이런 고통을 느껴본 것이 첨이기에 뭐라 달리 말할 방법이 없다. 내 발의 뼈들이 하나하나 뻗뻗하게 굳어 있는 기분이랄까. 걷기..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27. 트리니티. 2011년 9월 17일.   Las Herrerias    >   Triacastela   |   27 Km  너무나도 긴 밤이다. 어슴프레 동이 터 오는 듯 하다. 아침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아주 조금 밝아졌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내 눈에 아틸라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자고 있는 것 같다. 고개를 다시 돌린다. 내 몸은 아침이 되어가도 여전히 미칠듯이 가렵다. 내 살갗은 몹시 뜨거웠고 그 아래 뼛속은 차디차게 식어가고 있었다. 피로와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하다. 이 상태로 오늘 어떻게 걸을 것인지가 걱정스럽다. 시계를 보았다. 다섯시다. 몸을 살짝 돌려 아틸라를 바라보았다. 어떤지 그의 손을 잡고 싶었다. 그에게 안겨 쉬고 싶었다. 혼자서 너무 힘든 싸움을 한..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26. 배드버그 소탕 대 작전 2011년 9월 16일.   Villafranca del Bierzo    >   Las Herrerias   |   24 Km  아직은 아니야 ! 라는 생각과 함께 눈을 떴다. 고개를 살짝 돌려 아틸라를 바라본다. 그도 일어났다. "굿모닝" 입을 버끔거려 아침인사를 한다. 그가 팔을 뻗었다. "굿모닝" 그의 손을 살짝 잡고 나도 아침 인사를 한다. 자리에 누워 스트레칭을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맑다. 오늘까지 비가 오면 어쩌나 살짝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 씻고 짐을 챙겨 주방으로 내려갔다. 어제 먹다 남은 샐러드를 조금 먹고 점심때 먹을 샌드위치에도 넣었다. 아틸라와 함께 걷고 난 이후로 먹는 음식의 퀄리티가 좋아졌다. 덩치 큰 아틸라와 조그만 내가 늘 비슷하게 먹는다는 사실에 그는 언제나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25. not yet . 2011년 9월 15일.   Ponferrada    >  Villafranca del Bierzo   |   23 Km  아.. 씨끄러워. 우리 옆 침대를 쓰던 자전거를 타는 스페니쉬 순례자들의 말소리가 몹시 씨끄럽다. 코고는 소리도 씨끄러워 밤에도 꽤나 곤욕을 치렀는데, 아침에도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니 그저 어이가 없다. 어차피 푹 자기는 힘든 환경이긴 하지만 이렇게 남을 배려 안하는 모습들은 정말 싫다. 아틸라는 아직 위에 있는 것 같다. 그는 큰 덩치와 맞지 않게 전혀 미동이 없는 것 같았다. 내 움직임이 그를 깨울까봐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침대가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아틸라가 아래로 내려와 나에게 아침인사를 한다. " 부에노스 디아스. ""- 부에노스디아스...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23. 현명한 선택 2011년 9월 13일.   Astorga   >  Foncebadon   |   25 Km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제 잔뜩 사 놓은 식량들이 걱정이다. 혹시 아틸라와 함께 먹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넉넉하게 준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복숭아 2개, 사과 2개, 계란 6개, 참치, 그리고 빵. 과일 4개만 해도 상당한 무게였기 때문에 일단 아침에 많이 먹고 나서야겠다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으로 내려가다가 아틸라를 만났다. 아침을 먹고 가겠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조금 걸은 다음 밖에서 뭔갈 먹겠다 얘기한다. " 그래 그럼 먼저 가, 나는 아침먹고 갈게. 부엔카미노 ! "  그는 뭔가 할말을 하려는 듯 했으나 별 말 없이 나갔다. 나중에 볼수 있으면 보자고 하고서. 과연 그를 다시 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