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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죽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고 또 죽는다.
육체를 부여 받아 삶을 살고 또한 그 육체를 떠나는 죽음을 맞이한다.
조용히 왔다 조용히 떠나는 한 떨기의 꽃잎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고, 
친구를, 가족을, 또는 그만큼 소중한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잃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삶과 죽음은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나는 살게되고, 내 의지와 무관하게 떠나게 된다. 
그것이 삶의 신비고, 생명의 본질이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육신은 비록 그 흐름을 멈추고 차갑게 식어 버리지만, 그 존재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억속에, 그리고 존재했던 모든 곳에 함께 존재하게 된다. 
때론 그 존재는 상상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보이지 않지만 그 존재가 느껴지게끔 하기도 한다. 



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반려견을 어제 잃게 되었다. 
잃게 되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듯 하다. 나는 녀석을 가진 적이 없으니 잃을 수도 없다. 

그는 우리 곁에 그저 다가왔고, 살았고, 홀연히 떠나갔다. 
아무것도 없이 와서 많은 것을 남기고 녀석은 떠나갔다. 


그의 마지막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고통속에서 괴로워하면서도 평생 살아온 방식을 잊지 않고 주인을 찾는 녀석..
그리고 그 꺼져가는 불을 살리기 위한, 어찌 생각하면 녀석을 더 힘들게 했을 우리의 노력들. 
어쩌면 남겨질 사람들의 욕심이었을 일들. 

인공 호흡기를 매달아 꺼져가는 불길의 끝자락을 가까스로 잡고 있는 것이 과연 본인에게도 고마운 일일까?
안락사가 요즘은 허용이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남겨진 사람의 입장에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리.
그리고 이러한 일이 사람에게, 내 가족에게 일어난다면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하는 말못하는 녀석을 그저 편하게 놓아주는 것이 옳은게 아닌지에 대해 짧게 얘기를 했고,
그 얘기를 들은 듯이 녀석은 소리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 

긴 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고, 기쁨과 사랑을 나눠주고, 많은 가름침을 남긴채.. 
마지막까지 짐이 되지 않고, 단 한번의 흐트러진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서 녀석은 그렇게 삶을 마무리했다. 


슬펐다. 

삶과 죽음은 선택이 아니고, 육신이 사라지더라도 늘 우리와 함께임을 알지만 그래도 슬펐다. 
슬퍼하는 것은 나의 감정 뿐이고 결국 그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슬펐다. 

내가 아무리 내 마음을 잘 알고 삶과 죽음에 초연하다 생각했어도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난다. 
덤덤히 받아들이자고, 괴로워 하는 녀석을 보며 성큼 가까워진 죽음을 받아들이려 했음에도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인간임을. 한낱 인간일 뿐임을.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나는 슬프다. 


한 평생 빌려 사용했던 몸을 깨끗히 돌려주고 나서, 마지막 숨 한 조각도 남겨두지 않은 녀석은 몹시 호젓했다. 
다만 슬픈 것은 남겨진 사람일 뿐이리라. 

여전히 거실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녀석이 느껴진다. 
유난히 똑똑했던 우리 보스, 다음 생에는 아마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만나게 되리라.
비록 알아보지 못하게 되더라도. 









2012.03.11. 13:35.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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