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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쓸모없음.





아, 정말 쓸모없는 논쟁을 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자주 있다. 

이 쓸모없는 논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는가 ?



쓸모없는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누구도 나의 쓸모있음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고, 그저 쓸모없는 사람으로 내버려 둘 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고, 

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에 이르는 길이라 했던가? 


하지만 그러기엔 나의 세상은 너무 복잡하기만 하다. 




쓸모없음. Useless.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세뇌를 받으며 지금 껏 살아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으면 크게 낙심하게 된다. 

때론 이 쓸모없음 이라는 단어가 한 사람의 삶을 끝내기도 한다. 정말 무서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나의 쓸모있음을 늘 타인에게 알리려 애쓰는 시간들의 연속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일하면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려고 애를 쓴다. 

조금이라도 더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혹은 내가 쓸모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쓸모있음 또한 굉장히 상대적이다. 


내겐 너무도 쓸모없어 보이는 그 일련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존재의 의미(까진 너무 거창하지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쓸모있음일 수도 있는 거겠지. 



늘 말다툼이 생길 것 같으면 '소모적 논쟁은 그만하자' 라며 모든 상황을 정리 시키는 사람이 있었다. 

내게는 소모적이지 않게 느껴졌지만 그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쓸모없었던 그 논쟁들이 하나 둘 파묻혀 감과 동시에 나는 나의 쓸모있음을 잃고야 말았다.  나는 나 스스로 그에게 쓸모없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렸다. 결론은 좋지 않았다. 

  


세상엔 나와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타인의 쓸모없음까지 내가 걱정할 필욘 없다. 

나의 쓸모있음이 타인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그저 나는 나 자신의 쓸모있음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그건 결코 쉽지 않다. 



나는 내가 타인으로부터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을 때 그것을 못견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타인을 위한 내가 지금껏 너무 크게 존재해 왔음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늘 그들을 위해 존재했고, 그들을 의식하며 살아왔으며, 그렇게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었다. 


아. 쓸모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노력, 나의 자만과 허세의 근원이 바로 그것임을 어찌 모를 수 있으리. 



예전에는 내가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밥을 먹는 것 처럼 당연한 사실이었다. 

나는 늘  쓸모있었고, 나의 작은 노력이나 행동이 무엇인가를 바꾸고 만들어 낸다는 것이 경이로웠으며, 늘 인정받고 칭찬받으며 지내왔다.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포기했고 나에게 유리한 기억들만 마음에 품은 채 그 속에 도취되어 있었다.



문득, 왜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쓸모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엄밀히 얘기하면 내가 쓸모없어지기 시작한 그 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생각을 하기 시작 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예전이었으면 그저 부정하고 나의 쓸모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무한히 애를 썼으리. 

그들에게 쓸모없는(없어진) 나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 그리고 나는 나의 쓸모없음을 고통속에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쓸모없음에 집중해 보지 않았었기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도 어렵다.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직도 두렵고 무섭다.  


내게는 쓸모없는 그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쓸모없을 그 수많은 사람들.. 

쓸모 있다가 쓸모 없어진 자의 비참함.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 부정하려는 작은 몸부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의 행복을 나는 아직 모른다. 쉽게 알 게 될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꼭 그것을 알아야 한다면, 나는 나 자신으로 부터 비롯된 쓸모없는자가 되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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