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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망각









모든 것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 잊혀지는 것도 있고, 기억하려 해도 잊혀지는 것도 있다. 

사람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많은 기억들이 머릿속 깊은 곳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없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순간들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번 만나게 된다. 

그런 시간들로 인해 괴롭고 힘들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잊혀지게 된다.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해 죽을것만 같던 사람도,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사고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리던 사람도, 

혹은 너무도 아름답고 좋은 추억에 평생 행복할 것만 같던 사람도 결국은 그 모든 것들을 조금씩 잊고 마는 것이다. 



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아니, 저마다의 해서는 안될 일의 기준을 모두가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극히 주관적인 "해서는 안될 일"을 놓고 우리는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다. 


가령 누군가에게 원나잇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해도 괜찮은 일인 것이다. 


저마다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삶의 가치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기억에 대한 중요성의 크기도 쉽게 달라진다. 

똑같은 일을 겪어도 누군가에겐 절대 잊지 못할 일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흔해빠진 이야기이다. 이런 기억의 상대성 따위를 이야기 하는 것은 말이다. 다 접고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 



사실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매번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때론 나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때론 스스로를 책망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주 때론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속에서 판단을 보류한채 기억에서 잊혀지게 내버려두기도 한다. 


엄청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 삶 속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선택들이 존재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오분만 더 잘까 지금 일어날까로 시작되는 고민은 

무엇을 입을까, 몇번 버스를 탈까, 어떤 자리에 앉을까, 무엇을 먹을까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수많은 선택들이 모인 하루를 보내면서 또 주말에는 무엇을 할까, 누구를 만날까, 여기를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한다. 

사실 약속을 잡는 것 하나도 엄청난 고민과 판단들이 지나간 후에야 겨우 선택을 할 수가 있게 된다. 


이 사람을 지금 만나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만나면 무엇을 할까, 재밌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이런 만남에 대해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만 생각하기에도 버거운데 상대방의 입장까지 생각하는 피곤한 과정을 거친 다음 약속이 이루어 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사람이 다 나와 같은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가 선택을 했다는 것은 내가 그것을 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라고 부인하려 해 봐도 그건 진실이다. 구차한 수십가지 핑계가 존재하더라도 내가 원했기 때문에 모든 일은 일어난 것이다. 

기억나지 않고 잊혀졌다 하더라도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진 않는다. 

모든 일어난 일은 어떤 것에든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은 결코 아무것도 아닌게 될 수 없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만 가득한 삶을 생각해 보았는가? 정말 재미없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나의 삶은 정말 버라이어티하고 다이나믹하다. 하지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의 선택과 상대방의 선택이 합쳐져 이루어진 그 많은 순간들은(사실 나 혼자만의 선택에 대한 기억은 크게 남지 않는다. 왤까?) 

각자에게 다른 기억과 다른 의미로 남겨지기 마련이다.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같은 기억이 남겨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서로에게 달랐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다른 속도와 다른 모습으로 잊혀져가고 만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만 간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게 정말 괴롭다. 


하지만 더 괴로운건 그 모든 것은 내가 원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고

(아무리 스스로 아닌척 하려 해 봐도 아닌것이 아님을 내가 아는 것도 괴롭다.) 

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그 일들도 결국은 잊혀지고 말겠지만,

그래도 가장 오래 기억 될 것은 그 모든 일들은 내가 원해서 일어났다는 것. 바로 그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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