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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조금씩 이상한 사람들




사람은 누구나 이상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상하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은 것이 맞으리. 

우연히 누군가의 삶을 조금 깊게 들여다 보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참 사연없는 사람은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늘 우리가 이상하다 말해왔던 일상적이지 않은 일들이 너무도 쉽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런 일들을 겪고 참아내거나 혹은 싸워가며 살아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색을 갖게 되기 마련인 것 같다. 


바람피는 아버지와 그 때문에 늘 마음 고생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A양은 

남자의 바람을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가 남자를 고르는 기준은 '바람피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이다. 

외모건 키건 상관없다. 그저 바람피지 않고 나에게만 충실하게 '생긴' 혹은 그럴것 같은 사람을 만난다. 


첫사랑의 거짓말로 인해 가슴아픈 이별을 하게 된 B양은 남자를 다시 믿지 못한다. 

상대방의 문자메세지,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 볼수 있는 것은 모조리 들어가 수시로 확인해댄다. 

때론 낯선 사람에게 메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저 쪽지 하나 보냈을 뿐인 상대방의 지인이 여자라면, 그 날 그 여자는 어마어마한 협박 메세지를 답변으로 받게 된다. 


술만 마시면 우는 사람들, 지나친 결벽증으로 머리카락만 수시로 찾고 다니는 사람들, 

하루종일 휴대폰 게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이다. 


물론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서 이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상으로 보이는 그 사람을 계속해서 지켜본다면, 그 사람만의 특유한 성질, 결코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참 이상하다. 지극히 정상으로 보이지만(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나는 그 누구보다 이상한것이 틀림없다.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이성과 감성이 꽤나 자주 대치하며, 예민함과 무딤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어떤때는 말도 안되게 소심해지고, 또 어떤 때는 미친것 처럼 대범해진다. 

미칠듯이 무엇인가를 갈구하다가도 금새 시들해지고 말고, 갑자기 뭔가가 번뜩 하면 그냥 나가서 저지르기도 한다. 

사고와 행동 사이의 신호등에 이상이 생겼거나 아니면 사고 그 자체가 이상해지고 만 것만 같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모든 세포들에 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되어 온 몸이 곤두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커피 때문이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커피 때문에 그런것 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난 매일 그럴 테니까.

그런 날은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모든 것이 큰일인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쁜 삶에서 나의 무엇인가가 계속 긴장하고 있어서 신경계가 고장이 나 버리고 만 걸까? 

그 낯설고 이상한 심장 박동에 나는 조금씩 더 이상해져가고 마는 것 같다. (그런 날은 심장도 참 빨리 뛴다.) 


술을 먹고 나면 더 이상하다. 특히 저렇게 텐션이 가득한 날 술을 마시면 그런 것 같다. 

보름달이 뜬 날의 늑대인간이 미쳐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자주 그런건 아니다. 하지만 한번씩 술에 취한 나의 이성과 감성은 온통 뒤죽박죽되어 대 혼란이 생기고 만다. 

(술이라는 것은 원래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힘이 있는 녀석이지만 말이다.) 


술에 취한 나를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대체 뇌의 어떤 부분인걸까? 

술취해서 나오는 행동들은 그 사람이 무의식중에 강박적으로 피하고 있던 것들의 표출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진실이라면 내 머릿속 어딘가는 애정결핍 혹은 피해의식 등으로 시들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성적인 욕구에 대해 거의 가학적으로 피해가며 자라왔기 때문에 보통 무의식 속에 

성적인 욕구에 대한 본능이 크게 존재한다고 한다. 프로이트가 모든 꿈은 성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한 것 처럼.) 


내가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다양한 경험을 해 가면서 어떤 일들에 대해 무던해져서 그럴수도 있지만  

사실 뭐 딱히 모든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요즘의 내가 나는 참 이상하고 그렇다.


반갑지 않은 전화에 나 자신이 놀랄 정도로 차갑고 쌀쌀하게 돌변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던 일이 사실 나를 너무도 신경쓰이게 하고 있음에 괴로워 하기도 하고, 

해선 안될 일이라는걸 알면서도 하면 어떨까 어떻게 되겠지 하고 단념해 버리기도 하고, 


뭐 아무튼 그렇다. 나 자신에게 스스로 채워놨던 족쇄들을 하나씩 풀어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거꾸로 나 자신을 점점 더 될때까지 가 보자며 궁지로 밀어넣는 것 같기도 하다. 뭐 그렇다. 뭐가 뭔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이쯤되면 나는 내 마음이 말 그대로 카오스 상태에 빠져 버렸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저 뭐 또 허허 웃으며 그렇구나 하고 말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글도 아주 뒤죽박죽 제멋대로다.

어쩔수 없지. 요즘 내가 그런 상태니까. 


그냥 오늘 멘탈 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의 내용이 그랬다. 나를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다. 이상한 지금의 나를 말이다. 

모조리 다 이상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니까. 나도 너도, 친구도 가족도 그냥 다 좀 이상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러고 있는 나를 보면, 정말 이상하구나 싶다. 별수 없지. 

끝맺음은 뭔가 밝은 다짐 같은 것으로 하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 오늘은 참 안되네. 


그냥 이상하게 마무리 하고 말아야지. 이상해도 괜찮다. 다들 조금씩 이상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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