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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쉽게 쓰여진 글.






글이 참 많다. 이 세상 곳곳에는 정말 많은 글들이 있다. 


지나가다 들른 이름모를 카페에도, 내 친구의 책상에도, 지하철의 한 귀퉁이에서도 참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좋은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함을 느끼게끔 하는 글들도 많고, 쓸데없고 낙서, 무의미한 호소들도 많이 있다. 

글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과분한 문장들. 문맹율이 제로에 가까운 대한민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리라.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두 권의 책을 보았다. 

요즘 유행하는 여행사진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참 이쁜 책들이 또 나왔구나 라고 생각하며 한장을 넘겨본다. 


여행, 사람, 그리고 사랑에 대해 쓰여진 듯한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30분도 필요하지 않았다. 

170여 페이지를 가진 한 권의 책이라면 '글'이라 불러줘야 마땅하나 

그 안에 있는 모든 내용은 글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함이 많았다. 


참 쉽게 쓰여진 글들, 참 쉽게 만들어지는 책들. 


물론 글쓴이는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다는(?) 탈고의 고통을 겪은 후 이 책을 세상으로 꺼내 놓았겠지만 

그냥 지나가던 독자인 나에게는 아쉬움이 가득한 책일 뿐이었다. 


'하늘이 파랗다.'  라는 식의 글들. 


장발장이 20년 만에 지하 감옥에서 세상으로 처음으로 나와 내뱉은 한마디가 저와 같다면 분명 많은 이들의 마음에 얕은 파장을 남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잠시 모든것을 내려놓고 떠난 이가 여행지에서 내뱉은 소리가 아닌.

  

유명한 누군가가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했을 때 유명해 질 수 있을 법한 아주 틀에박힌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거부감부터 든다.


쉽게 쓰여진 글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쉽게 쓰여진 글에도 사연이 있어야 하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글을 읽는 상대방의 마음에 아무런 여운도 남기지 못하는 글은 잘 쓰여진 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그런 의미없는 글들로 가득한 책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고 많은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그 책들도 어떤 누군가에게는 보물같이 진귀한 깨달음을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너무도 부유한 이 세상의 이기심 가득한 사치 정도로만 느껴질 뿐이다. 


나는 글을 사랑한다. 읽기를 사랑하고 쓰기를 사랑한다. 그와 더불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도 즐긴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렵게 쓰여졌다 생각할 수도 있고, 쓸데없는 고민만 가득하다 

평가할 수도 있다. 내가 쓴 글들을 시간이 나는 틈틈히 구절 구절 곱씹어 읽어보고 또 고치곤 한다.

나를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평가해주길 바래서도 아니다. 그저 나는 내 글들을 보듬어주고 감싸주고 싶을 뿐이다. 

내가 고민해서 세상에 내 놓은 못난 글들을 다듬고 다듬어 이쁘게 만들어주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나는 지나치게 나 자신에게 엄격하게 굴어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글들을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으며, 쉽게 쓰지도 또 쉽게 버리지도 못한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나와 다른 방식으로 쓴 글에 대해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너무 쉽게 쓰여진 글과 너무 쉽게 만들어진 듯한 특별할 것 없는 책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다는 것을 생각하다보니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삶이 펼쳐지고 있는 삶의 불공평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을 뿐이다.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보려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면 이토록 쉽게 쓰여진 글에 대한 씁쓸함이 커져 갈 뿐이다. 


어차피 세상은 불공평한 것임은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렵기만 하다. 

타고난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그냥 수긍하며 살아가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쉬운 것인지 어려운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 것을 평가하기엔 나는 아직 너무 부족함이 많다.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 또한 좋은 습관이 아니다. 내가 너무도 쉽게 생각한 그 글들도 나름의 고통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내가 보기에 쉬워보이는 인생도 누군가에겐 너무도 어렵기만 할 수도 있다. 

각각의 삶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기적인 내가 사는 내 삶에서 내리는 다른것에 대한 나의 아주 주관적인 평가일 뿐. 


쉽게 살든 어렵게 살든 사실 잘 모르겠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다. 


쉽든 어렵든, 저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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