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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lete

죄책감.




희망고문 이라는 말이 있었다. 

우연히 한 드라마를 통해 그 단어를 처음 접하고 난 뒤로부터 나는 그 단어가 어쩐지 내게 딱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분명히 하고 있는것이 분명한 그 것,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그 것을 정의해주는 한 단어라 생각했다. 


누군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 그 기대가 헛되다는 것을 나 자신은 너무도 잘 알지만 상대방은 모르게 한다는 그 것. 

상대방은 언젠가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품고 살게 되고, 그 자체가 그 사람의 삶에 고문이 된다는 것. 


내가 나도 모르게,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그저 방치하는, 

아니 더 제대로 말하자면 뻔히 그러리라는 것을 알면서 확실하게 하지 않는 나의 그러한 태도들을 설명해 주는 단어라 생각했다. 


내가 고문을 하고 있는 사람들, 아니 내게 고문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나쁘다 생각했고, 나는 그 사람들을 방치하는 것 만큼 나 자신 또한 방치해 둘 뿐이었다. 


"그런줄 몰랐어." 라는 핑계를 대기엔 너무 많이 가 버린, 스스로에 대한 통제를 잃어버린 상황들에 대해서는 

나는 전적으로 죄책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몰랐다는 말로 덮어두기엔 너무 큰 일이다. 내 기준에선 말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마음이 가는대로 살라는 말이 있다. 너무도 쉽게 모든 사람들이 내뱉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이 가는대로, 아니 나의 이성과 감성이 따로 놀던 시점에 어떤 한 쪽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댓가는 

너무도 힘들고 가혹하기만 하다. 하이드를 알면서 방치할 수 밖에 없었던 지킬박사의 마음이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뻔히 알고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그 상황들에 대해 나는 책임을 질 수 없다. 다만 죄책감을 가질 뿐이다. 

나의 책임이지만 내가 책임지기엔 너무 버거운 상황들, 그저 난 회피하고 싶은 나약한 존재일 뿐이고 

내가 그러함에 대해 그저 스스로 죄책감을 느낄 뿐이다.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모든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운명을 타고 태어나는 것이고, 

나는 절대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것이라는 생각을 말이다. 

나 스스로 되뇌이던 그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이런 미궁에 빠뜨려 버린 것 같다. 

반복되는 희망고문과 반복되는 죄책감. 나에겐 왜인지 사랑이란 단어와 책임이란 단어가 결코 같아지지 않는다.  

사랑은 책임지기엔 너무 두렵고, 책임을 지기엔 나는 너무 부족함이 많다. 


정말 마음이 아픈건 상대방의 마음이 너무도 진실되다는 것을 내가 느낄 수 있을 때 이다. 

나 자신은 결코 가져보지 못한 마음, 그런 진실되고 애틋한 마음을 내가 느낄 때 나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나 하나로 인해 달라질 수 있을 누군가의 삶을, 그 아무것도 아닌 작은 것 만으로도 행복해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정말 큰 행복일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것이 아니기에 그저 방치해 둘 뿐이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나의 행복을 포기하기엔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일까, 

아니면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나에게 그런 일방적인 사랑은 사치여서일까. 

너무 어렵기만해서 나는 또다시 그저 방치해 둘 수 밖에 없다. 


나로 인해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다. 어떤 종류의 행복이든, 나는 내가 만든 듯한 그 작은 행복들이 좋다. 

하지만 그 행복들을 내가 지키기엔 너무 버겁다. 행복은 누군가가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그들의 행복을 지켜주지 못함에 대한 책임을 떠넘겨본다. 

너의 탓이라고, 너의 행복을 지켜주는 존재는 내가 아닌 너 자신이라고 소리쳐본다. 


내가 나의 행복을 지켜내기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가듯,  너 또한 너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어쩐지 나의 2013년은 참말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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