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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자리]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오리온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로 뛰어난 사냥꾼이었다.
달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오리온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아르테미스의 오빠인 아폴론은 이들의 사랑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였다. 오리온을 싫어하게 된 아폴론은 어느 날 바다 멀리서 사냥을 하고 있는 오리온을 발견하고
오리온을 과녁 삼아 동생과 내기를 청한다. 오리온인 줄 모르는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답게 오리온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 시켰다. 나중에 자신이 쏘아 죽인 것이 오리온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아르테미스는 비탄에 빠졌고,
아르테미스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제우스는 오리온을 밤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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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거의 끝나가는 시간, 늦은 퇴근길을 재촉하는 내 앞에 익숙한 별자리가 펼쳐져 있다.
새삼 올려다본 까만 겨울의 밤하늘에는 내가 잠시 잊고 지낸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 알알이 박혀서는
그동안 많이 바빴느냐 내게 말을 건넨다. 아, 그랬다. 내가 좋아하던 겨울이다.
유난히 까만 밤하늘과 반짝이는 별들이 많이 보이는 겨울을, 아니 겨울의 밤하늘을 나는 참 좋아했었다.
그렇게 어느덧 서른이다. 어느덧 올 해 달력은 2014년을 가리키고 있다.
십대의 내가 좋아하던 까만 밤하늘을 아직도 좋아한다.
드넓은 푸른 바다도 좋아하고, 부드러운 바람과 포근한 햇살도 여전히 좋아한다.
책 읽는 것, 글 쓰는 것도 여전히 좋아하고 꿈꾸는 것 생각하는 것도 아직 좋아한다.
대부분이 그대로인 것 같지만 달라진 것도 꽤나 많이 있다.
더 이상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초콜렛을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으며
끔찍히 싫어하던 뜨거운 여름을 이젠 제법 즐긴다.
생각없이 내뱉던 말버릇이 많이 고쳐졌고, 행동 전에 한번 더 생각하는 여유가 생겼다.
바쁜 상황에서도 잠시 한숨 돌리고 웃음짓는 방법을 터득했고,
세상의 흐름을 한박자 뒤에서 따라가는 법을 아주 조금 배웠다.
때론 미친척 나 자신을 내려놓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혼자 크게 웃기도 한다.
인생은 그렇게 완벽하게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냥 평범한 하루하루도 몹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급적 남 탓을 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 관대한 만큼 타인에게도 관대해지자 생각하며
그렇게 세상속의 아주 작은 존재인 내가, 먼지보다는 흙이 되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서른이 되었다.
조금 성숙해진 기분이 든다. 내 삶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이 조금 커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날 향한 주위의 염려도 예전보다 늘었다. 이제 정말 다 커버린 서른이라는 숫자가 가져오는 염려들.
누군가에게는 너무 늦고 불안정해 보이는 인생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난 늘 그랬듯 지금의 내 모습이 내가 지금껏 살아온 그 어느 순간보다 마음에 든다.
2014년. 올해는 조금 더 관대해질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불안해하거나 화내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표현할 것이다.
세상이 내게 준 그 크고 많은 선물들을 조금이라도 다시 세상에 돌려줄 수 있게
그렇게 아주 작은 노력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갈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다짐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오늘 밤 이토록 까맣고 반짝이는 밤하늘을 내게 선물해 주셨나보다.
2014년 처음으로 만난 별자리, 오리온자리가 날 지켜 줄 것 같다 :)
아름답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