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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 길 D+10. 폭풍내음 2011년 8월 31일 Najera > Santo Domingo de la calz | 21.2Km "부에노스 디아스" 소곤대는 아침인사소리에 잠에서 깬다. 우리 일행 여섯명과 다른 순례자 두명이서 쓴 8인실 방은 아주 훌륭했다. 상쾌한 아침이다. 씻기위해 서두를 필요도 없다. 사설 알베르게의 달콤한 맛을 만끽할 수 있었던 아침이었다. 까뜨린이 우리의 아침을 챙기기 위해 주방의 냉장고로 향했다. 그리고 어이없는 웃음이 이어진다. "Oh my god ! We forgot about it ! " 그녀가 들고온 것은 어젯밤에 먹기위해 사 놓은 맥주와 레몬쥬스, 그리고 수박. 시원하게 먹겠다고 냉동실에 넣어둔 채 깜빡해버려 꽁꽁 얼어있었다. 박장대소, 너나 할것없이 배를 잡고 웃는다. 이것을 어떻게 들고 나를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9. Fly little bird. 2011년 8월 30일. Logrono > Najera | 28.5Km 아침 일찍, 나와 산드라 그리고 한 부부가 같이 사용하던 성당의 조그만 방의 안쪽 사제실에서 잠을 자던 루이스가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나에겐 너무 이른시간, 그리고 나는 다시 잠을 잤다. 아침을 먹기 위해 일어나서 준비를 하는 동안 루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어딜 간걸까? 기부로 제공되는 간단한 아침을 먹기위해 공동 식당으로 올라갔다. 모두와 굿모닝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도 없다. 아이세야가 나에게 혹시 루이스를 보지 못했느냐 묻는다. 보지 못하였노라 대답한다. 늘 내 곁에 붙어서 하나하나 챙겨주던 그가 없으니 좀 허전하다. 그리고 당장 말이 통하지 않는 브라질리언 산드라와 둘이서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한 기분도..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8. 과유불급 2011년 8월 29일. Los Acros > Logrono | 29.5Km 어쩐지 잠을 설쳤다. 위에 루이스가 자고 있다는게 자꾸만 의식되어 움직이는게 너무 신경쓰였던 것 같다. 그런걸 의식하면 할 수록 괜히 더 움직이고 싶고,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불편한 법. 그래도 전날 마신 와인 덕에 초반에는 아주 잘 잘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밤마다 이 분주한 곳에서 꽤나 잠을 잘 자는 것에는 와인도 한 몫을 하는 듯 하다. 매일밤 약간 알딸딸할 정도로 와인을 마시고 바로 잠자리에 드니 잠이 잘 올수 밖에. 이래서 와인은 순례자의 친구라고 하나 보다. 보통 아침일찍 나서는 젊은 친구들이 다들 마당에서 무엇인가를 먹거나, 짐을 정리하거나 하고 있었다. 나를 본 케샤가 나에게 반갑게 다가와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며 함..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7. Give Give Give. 2011년 8월 28일. Estella > Los Acros | 21Km 부스럭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오늘도 잠에서 깬다. 다들 어쩜 이렇게 일찍들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물론 누워있는 나도 잠을 자고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새벽녘부터 일어나 어둠속을 걷고 싶지 않다. 빛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 단지 그 이유로 나는 늘 일곱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지런한 나의 친구들은 이미 출발하고 없다. 아이슬란드에서 온 덩치큰 굴리가 아침부터 발목 통증을 호소하고 있길래 그에게 어제 산 스프레이 파스를 권했다. 덩치와 안어울리게 아주 유쾌하고 활달한 굴리는 너무 고맙다며 우렁찬 소리로 인사를 한다. 오늘이 마지막 걷기라 느지막히 움직이는 셀린느에게도 파스를 뿌려주고, 준비한 샌드위치를 챙겨 길을 나섰..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6. 에스텔라의 아름다운 밤 2011년 8월 27일. Purnte la Reina > Estella | 22.4Km 락 오빠와 함께 느지막히 숙소를 나섰다. 느지막히라고 해 봐야 8시지만, 다른 순례자들은 보통 7시 전에 다 떠나가기 때문에 8시는 늦은 편이다. 부실하지 그지 없어보이는 2층 짜리 철제 침대, 어제 내 위에서 자던 외국인 할아버지가 꽤나 뒤척이는 바람에 오늘도 잠을 설쳤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들도 꽤나 익숙해 졌는지 피곤하지는 않다. 자주 깨긴 하지만 잠을 못자지는 않고, 그런 모든 상황을 계산하여 내 몸은 스스로 체력을 비축해두는 것 같다. 참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는지 이렇게 집집마다 꽃을 내놓고 키우고 있다. 키우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즐거운 일석이조의 행복. 마을 끄트머리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