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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산티아고 가는 길 D+5, 더치페이 2011년 8월 26일. Pamplona > Purnte la Reina | 25Km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대는 이 알베르게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 내 윗 침대의 뒤척임,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죽인 웃음소리들 때문에 잠을 꽤나 설쳤다. 부지런한 다른 순례자들은 또 대여섯시부터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최대한 게으름을 부리며 내 얇은 침낭 속에서 꾸물대고 있다. 여덟시에는 무조건 알베르게를 떠나줘야 하기때문에 꾸물거림도 오래 지속되진 않는다. 한바퀴 구르면 바닥으로 떨어질 좁디 좁은 이층 침대 아래에 누워서 스트레칭을 한다. 혼자 스트레칭 하기에는 괜찮은 사이즈다. 물론 스트레칭의 종류에는 제약이 있지만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아침을 먹으러 주방으로 올라갔다. 부지런한 ..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4. 플립플랍이 어때서? 2011년 8월 25일 Zubiri > Pamplona | 21Km 피곤한 아침이다. 코골이로 인한 난리통을 겪는 바람에 웃으며 시작했지만 내 몸은 피곤하다 외치고 있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케이코상과는 코골이로 난리를 친 하룻밤 만에 꽤나 친해져, 아침에 함께 알베르게를 나섰다. 뭉게구름이 너무나 이쁜, 너무도 청명한 아침이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How wonderful life is ~ 케이코상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짧은 영어와 일본어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눠가며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아니, 이야기를 했다기 보다는 그냥 단어나열? 정도를 해 가며 길을 걸었다고 해야함이 맞지 싶다. 가령 길을 가다가 똥이 보이면, 영어로는 shit..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3. 코골이의 최후 2011년 8월 24일 Roncesvalles > Zubiri | 21Km 새벽부터 부스럭 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오늘도 잠에서 깬다. 알람이 따로 필요 없다. 나를 뺀 모든 사람들은 몹시 부지런 하구나, 싶은 아침이었다. 일본에서 온 62살 히데오상은 한국에서 14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한국어에 꽤나 능통하다. 약간은 어리숙한 한국말로 한국 친구에게서 받은 군용 비빔밥이 있으니, 다음 마을에서 함께 먹자며 아침 식사 초대를 했다. 먼저가서 기다리겠노라며, 히데오상은 침대에 누워 스트레칭 하고 있던 나를 뒤로 하고 다른 일본인 두명과 함께 출발을 했다. 뭐? 먼저가서 기다린다고 ????? ... 마음이 급해졌다. 후다닥 씻고 짐을 꾸려 나도 서둘러 나서려고 하는데, 어제 숙소에서 만난 미국인 아주머니..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2. 빵이 뭐길래 2011년 8월 23일 Orisson > Roncesvalles| 19Km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에서의 첫번째 취침..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꽤나 설쳤고, 새벽부터 부스럭 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원래 잠귀가 밝은 편이라 앞으로도 잠을 자기가 꽤나 힘든 나날이 이어지겠구나... 어렴풋이 생각하며, 그래도 첫날의 걷기에 대한 희망과 설렘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섯시, 해발고도 750m 지점인 밖은 아직도 어두웠고, 안개가 자욱했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가방을 다시 차곡 차곡 채워 넣은 다음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간단한 빵과 버터, 그리고 커피. 한달정도 유럽을 돌아다닌 나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은 아침식사였다. 아침을 먹다 보니, 나와 같은 침대 아랫칸에서..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1. 피레네 산맥을 오르다. 2011년 8월 22일 St Jean-Pied-do-port > Orisson | 8Km 아침 일찍 보르도에서 생장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바욘으로 나섰다. 그렇게 고대하던 산티아고를 향한 첫 걸음,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밤새 뒤척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7시 기차에 올랐다. 몽롱한 상태로 아침기차에 올라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어쩌다 지금 내가 이 기차에 몸을 싣고 있는 걸까? 사실 나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유럽을 방랑중이었고, 구입한 유레일 패스도 일주일의 기간이 남아있었다. 유레일 패스가 끝이날때 즈음, 산티아고를 시작해야지 라는 어렴풋한 마음만 먹은 채 돌아다니다 문득 산티아고를 지금 가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머물고 있던 프랑스 니스에서 산티아고를 가기 위한 방법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