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
쫓기지 않고 살기
눈을 감았을 뿐인데, 무엇인가가 날 쫓아온다.
시간이 날 쫓고, 불안이 날 쫓는다.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방랑하고 있다.
과연 내가 가고있는 이 길이 옳은 길인가?
나는 무엇을 얻고자, 무엇을 찾고자 이 길을 떠난 것인가?
아직은 모르겠다.
정신없는 빡빡한 여행 일정으로 인한 여유의 부재로 내 마음은 생각을 멈췄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긴장과 준비의 연속이라 신경이 바짝 예민해져있는 듯 하다.
떠도는자의 불안감.
떠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내 마음을 온전히 자유롭게 놓아두지 않는다.
오늘은 내일 떠날 걱정을 해야하고 내일 잠자리를 걱정해야하고 교통과 언어 음식까지 걱정을 해야 한다.
또다시 떠난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나에게 진정한 자유를 부여해 줄 수도 있음에도, 아직은 그 자유를 받아들일만한 준비는 안되었나보다.
집시처럼 떠도는 삶.
그런 방랑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도 나를 기억해주고 염려해주는 지구 반대편의 공간과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돌아가서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고 있음이
다행이다.
아직 80여일이 남아있다.
온전히 혼자가 되면, 무엇인가가 달라지겠지.
창 밖이 어둡다.
창 밖으로 내가 보인다.
어떤 나.. 라고 하기 애매한 모습이다.
기차가 역에 닿으면 나는 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두려움을 안고 도착한 낯선 기차역에서 낯선 언어와 낯선 사람들 틈에 끼여 고군분투 하다 보면,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기차역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
새로운 기차역에 닿게 됨을 즐길 수 있길, 그리고 이 용기를 잃지 않길 바래보는 방랑 20일차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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