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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trav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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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이탈리아의 조그만 도시.

자동차가 없고, 도시에 운하가 흐르고 있는, 배가 대중교통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

도시 설계를 누가 한건지, 아니면 어쩌다보니 이렇게 생기게 된 건지, 길들은 구불구불하게 미로처럼 엮여 있다.

길이 있을 것 같아 들어 서보면 막다른 골목이고, 갑자기 운하가 나타나고, 누군가가 길을 막고 자고 있기도 한다.

그렇게 다시 돌아 나와 다른 길로 미로의 끝을 찾아 걷는다.

미로의 끝,
처음엔 싼 마르코 광장을 두고 걷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겐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없기에, 몇번이고 비슷하게 생긴 다른 길들을 헤메야했다.








햇살은 따갑고 다리는 아프다.

문득, 머릿속이 공허해졌다.
무엇을 찾아 가고 있었는지를 잊어버렸다.


왜 나는 저 곳을 찾아가야 하지?


나도 모르게 목적을 두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닌데, 잘 생각해보니 그러고 있더란거다.


발길닿는대로 걷고자 했으나 결국은 목표를 정해버린 어쩔수 없는 목적주의자.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기에,
늘 무엇인가를 위해 달려왔기에 자연스레 몸에 배여버린 서글픈 습관.


욱하는 마음에 아닌것 같은 골목들로 헤매고 다녔다.
그리고 결국은 싼 마르코 광장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둘러 둘러, 하지만 결국 찾아버리고 만 것이다.


둘러왔다고 나를 비난 할 수가 있는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이유로 나 자신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상으론 조금 둘러가긴 했지만,
닟선 베네치아의 한쪽 구석에서
교회에서 울려퍼지는 고요한 종소리를 들으며 평온에 빠져드는 법과
나 자신과 타인에게 조금 더 관대해 지는 법에 대해 생각을 했으므로 결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진 않았다.


낯설지만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

그곳에서 길을 둘러가는 법을 배웠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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