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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2011

피스테라 가는 길 D+37. 마지막 걷기의 날. 2011년 9월 27일. Olveiroa > Fisterra | 31 Km 깜깜한 어둠속에서 길을 시작했다. 30여 키로미터를 걸어 피에스테레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끝마을에 도착하고 싶어 평소보다 조금 일찍 길을 나섰다. 아침 6시, 아직도 세상은 깜깜했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 순례자들의 랜턴만이 어둠을 간간히 밝혀주고 있었다. 어둠속을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 가로등 불빛하나 없는 그 완전한 어둠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화살표도 비춰주지 않고 있었다. 랜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힘들게 길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을 옮겼다. 갈림길이 나타났다. 우리가 가려던 길의 반대방향으로 누군가가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쪽에 선명한 노란 화살.. 더보기
피스테라 가는 길 D+36. sunbow 2011년 9월 26일. Negreira > Olveiroa | 33 Km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발했다. 3일만에 피에네스떼레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30키로씩 걸어야 했다. 4일에 나눠서 걷기는 짧은 애매한 곳에 피에네스떼레가 있었고, 우리는 3일만에 가기로 결심했 던 것이었다. 피에네스떼레로 가는 길, 피스테라 라는 스페인의 끝 항구 마을에서의 끝을 피에네스떼레라 부른다고 했다.예전에 나보다 앞서 산티아고를 걸은 선배에게서 피에네스떼레에서 쓴 엽서를 받았었다. 그 때의 그 감동이란.. 산티아고가 그리도 궁금했던 것 처럼 피에네스떼레도 몹시 궁금하다. 모든 이들이 얘기하는 그 감동을 나도 느낄 수 있을까 ?. 바닷가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런지 아침내내 안개가 자욱했다. 나헤이라에서 다음 마을까지는 .. 더보기
피스테라 가는 길 D+35. 주인공 2011년 9월 25일. Santiago de Compostella > Negreira | 22 Km 느지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을 생각하면 그리 많이 잔 것은 아니다. 어느새 10시, 오늘은 다시 길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더이상 늑장을 부릴 순 없었다. 침낭을 다시 싸고 짐을 싸는데 툭 하고 왠 쪽지가 떨어졌다. 프레야가 남겨놓은 편지였다. 그녀는 오늘 아침에 산티아고를 떠났다. 버스를 타고 피에네스떼레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우리를 만나서 너무 반갑고 좋았노라고, 앞으로도 연락하고 지내자며 그녀의 페이스북 주소를 함께 남겨놓았다. 그녀의 깊은 눈매와 우아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너무 좋은 사람이다. 어쩌면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녀는..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34. 산티아고의 밤 2011년 9월 24일. Santiago de Compostella 산티아고까지 2km, 아침부터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까뜨린과 10시에 산티아고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어제 프레야가 소개시켜준 숙소에 먼저 들러 짐을 풀고, 순례자 사무실을 찾아 나섰다. 골목의 상점들마다 카미노 기념품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순례자들을 위한 도시, 순례자들의 종착역인 산티아고에 와 있음이 실감이 난다. 마르셀, 아이티, 폴, 그리고 콜린을 만났다. 이미 어제 모든 과정을 끝낸 그들은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겠노라 말한다. 까뜨린이 곧 올것이라 이야기하니 폴이 무척이나 기뻐한다. 아틸라의 휴대폰을 이용하여 까뜨린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함께 올 것이라 생각했던 굴리와 몰리는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더보기
산티아고 가는 길 D+33. We don't know 2011년 9월 23일. Pedronzo > Santiago de Compostella | 20 Km 여느때보다 개운한 아침이다. 내 몸은 오늘이 산티아고를 향한 마지막 걸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마지막 여정을 위한 최상의 컨디션,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이는 듯한 아침이다. 설레임 반, 두려움 반. 어쩐지 묘한 기분으로 숙소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바에서 모닝 커피를 마신다. 마지막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투나와 토마토, 그리고 핫소스를 넣은 우리만의 샌드위치. 날씨가 흐리다.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한 것을 보니 비가 쏟아질 것만 같다. 희뿌연 안개를 뚫고 산티아고를 향한 마지막 걸음을 내딛는다. 페드론조를 벗어나니 산길로 바로 시작된다. 축축한 숲의 내음이 내 마음을 저 아래까지 끌어내리는 듯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