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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는 핑계 세상에서 가장 대기 쉬운 핑계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시간이 없어서 연락하지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만나지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일도 못하고, 사랑도 결혼도 못한다. 모든 것을 시간의 탓으로 돌리기는 너무도 쉽다. 시간은 대답하지 않아 증명될 수 없으며, 그 불분명한 핑계 앞에서 사람들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게 된다. 그 애매한 핑계를 모두 믿진 않는다. 반절쯤 신뢰가 가는 그 대답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해석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투고 또 인연을 없던걸로 만들어 버리고 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내가 말해왔던 그 수많은 "시간 없음"에 날 떠난 사람들, 아니 내가 놓아버린 사람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각자.. 더보기
볼라벤? 태풍 볼라벤이 어쩌고 저쩌고, 어제부터 세상이 씨끄럽다. 간만에 찾아 온 듯한 태풍에 온 세상이 난리법석이다. 하지만 대체 왜 이 난리들인지 전혀 실감이 안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조심하란 소리에 창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우산도 튼튼한 녀석으로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그렇지만 간만에 느끼는 강렬한 바람에 걱정 보다는 기분이 좋아지고 만 아침이었다. 유리창이 깨지고 방둑이 무너졌다. 사람이 다치고 실종되었다. 그렇게 조심하라 떠들어대도 그러한 일들은 생기기 마련이다. 한번씩 까불지 마라며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는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낱 힘없는 부스러기일뿐이다.이 거대한 대 자연에 맞써 싸울 생각이 나는 없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면 되고, 신발이 젖으면 말리면 된다. 바람이 불면 내가 있는 그 자리에 잠시.. 더보기
모른다. 나는 모른다. 모를 것이다.아마 모르고 있을 것이다.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는 건가. 모른 척 하고 있다. 모르겠다. 모른다는 핑계로 스스로 외면했던 사실들이 너무 많다.어쩌면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애써 모른척 했고 모르는게 맞다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모든것이 확실해 지고 나면 그제서야 나는 알게 된다.내가 모른다 생각했던 것들이 나만의 위안이었음을. 그리고는 그렇게 말한다. 나는 모든것을 전혀 몰랐을 뿐이라고. 그렇지만 내가 모른다 우기던 것을 알게 되었을때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끝까지 모른다 우기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의 나약함을 숨기기 위한마지막 방패막인지도 모른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알게 될까봐 두렵다. 끝까지 모르고 .. 더보기
벌써 일년 내게는 특별한 일주년 기념일이다. 제헌절, 7월 17일, 그리고 27살의 내가 그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은채 나만의 의지로 회사를 그만두고서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날. 두고온 모든것들에 대한 미련에 출국심사 후 혼자 몰래 눈물을 닦았고,두려움과 설레임이 뒤섞인 묘한 기분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런던으로 가는 그 긴 시간을 뜬 눈으로 지새우고, 말도 안되는 이미그레이션으로 히드로 공항에서 녹초가 되고, 힘겹게 찾아간 호텔 로비에서 직원과 언쟁을 벌이고 새벽 4시에 체크인을 했던 그 길었던 하루. 그 날의 기억들이 아직도 내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산티아고. 여행을 위해 떠난 것이 아니었다. .. 더보기
시간.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속속들이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함께 하더라도 정확히 알아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의 그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어차피 알 수 없다.그렇지만 첫 만남에서 얻게 된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서 그 이미지 대로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 가령 첫 만남에서 아주 나쁜 인상을 준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닌가? 잘못봤나?' 싶다가도 어느 순간 '역시. 그럴줄 알았어. ' 로 바뀌어 버리기 십상이다. 반대로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나쁜짓을 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 라.. 더보기